“日주요 인사와의 ‘네트워크1000 전략’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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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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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현 주일대사
“과거 100년 거울삼아 미래 100년 준비할 때”

권철현 주일대사가 19일 일본 도쿄의 한국대사관에서 한일관계 전망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권철현 주일대사가 19일 일본 도쿄의 한국대사관에서 한일관계 전망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한일관계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반세기 만에 일본 정권이 바뀌었고 내년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의 해다. 대일(對日) 외교현장의 사령탑 권철현 주일대사를 19일 도쿄 한국대사관에서 만났다. 권 대사는 “과거 100년 역사를 거울삼아 향후 100년을 대비해야 할 때”라며 “일본 민주당 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민주당 정부를 상대해 보니 과거 자민당 정부 때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지금까지 일본은 미국 중심의 외교를 펴왔으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를 취임 직전에 만났더니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하토야마 정부의 진정성을 믿는다.”

―대사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막상 정권이 바뀌고 보니 과거 자민당 정권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다. 이제까지 일본의 주요인사 500명과 탄탄한 인맥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진행하던 ‘네트워크 500 전략’을 확장해 민주당은 물론이고 학계 재계 등을 망라한 ‘네트워크 100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사로 부임한 지 1년 반이 됐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최근 1년간 한일관계가 광복 이후 가장 평화로운 시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 대해 보람을 느낀다. 지난달 도쿄 한복판에서 한일 축제한마당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도 한일관계가 성숙했다는 증거다. 하토야마 총리가 이달 초 양자외교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도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잊을 수 없는 일은 지난해 말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일본과 30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점이다. 대통령 지시를 받고 일본 인맥을 총동원해 뛰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권 대사는 이 대목에서 “일본 정부에 통화 스와프를 요청하러 다닐 때에는 마치 빚을 내러가는 기분이었다”며 “국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회고했다.

―한일 간 현안은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나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문제에 하토야마 정부는 자민당과 달리 긍정적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독도 문제는 쉽지 않다. 우리는 이를 영토문제이자 역사문제로 바라보는 데 비해 일본은 영토문제로만 인식하는 것 같다. 다만 민주당이 자민당 정부와 다른 것은 ‘어려운 문제인 만큼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라는 게 분명한 만큼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일왕의 내년 방한을 거론했는데….

“사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도 초청한 바 있다. 내년에 그분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불편했던 100년 전의 역사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바람에서 다시 초청한 것이다. 일본 측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실무적으로 논의되는 건 없다.”

―그만큼 한일관계는 민감하다. 양국관계를 위해 국내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민주당 정부에 기대가 큰 것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일본 국민과 민주당 내에도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실질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재일동포와 재일(在日) 주재원에겐 도쿄한국학교의 증축공사가 화제다.

“교실이 부족해 주재원 자녀 150명이 대기하는 상황이다. 예산 6억7000만 엔 중 절반은 정부가, 절반은 현지 모금으로 해결했다. 재일 기업인 등의 도움이 컸다. 내년 신학기 전에 완공해 대기자를 모두 수용할 계획이다.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이 ‘학교 하나로 해결이 되겠느냐. 제2한국학교를 검토하라’고 지시해 도쿄의 폐교 매입이나 임차를 추진하고 있다. 전액 정부 예산으로 할 생각이다. 총련이 일본 전역에서 68개 학교를 운영하는 데 비해 우리는 도쿄 1곳, 오사카 2곳, 교토 1곳이 전부다. 솔직히 부끄러운 문제다. 이 밖에 민단의 우리말 쓰기운동과 한국계 은행에 1인 1통장 갖기 운동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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