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국회의원 재선거의 승자는 당 내분

  • 입력 2009년 5월 1일 17시 11분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국회의원 재선거의 승자는 당 내분'. 이진녕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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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다섯 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완패했고, 제1 야당인 민주당은 그럭저럭 체면을 유지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단 한 곳에서도 이기지 못했고, 민주당은 그나마 인천 부평을 한 곳에서 이겼습니다.

한나라당은 선거 참패와 관련해 여기저기서 당 쇄신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내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 간의 회동도 예정돼 있습니다. 지도부 교체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됩니다.

한나라당이 경북 경주와 인천 부평을에서 진 것은 치명적입니다. 경주에서는 친이명박 계의 핵심 후보가 출마한 데다 당 지도부가 총력 지원하다시피 했지만 무소속의 친박근혜 계 후보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부평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의원 지역구였습니다.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나라당 내부의 친이 계, 친박 계 분열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친박 계의 상징인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원인데다 당 대표까지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지원에 전혀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경주 주민들에게 친이, 친박 계의 갈등이 여전한 것으로 비쳤고, 결국 친박 계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천 부평을도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적극 나서 뛰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민주당은 인천 부평을에서 이긴 것을 가지고 '이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그야말로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입니다. 민주당은 부평을에서 이긴 것보다는 전주의 두 곳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 것을 더 아프게 여겨야 합니다.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자 존립의 기반입니다. 그런 곳에서 민주당의 공식 후보가 당의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정동영 후보와 그가 민 신건 후보에게 졌습니다. 더구나 호남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민주당을 거들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전주 주민들은 무소속의 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어차피 민주당에 들어갈 것으로 믿고 찍었겠지만, 그렇더라도 민주당의 결정과 민주당의 간판을 외면했다는 것은 당으로서는 치욕입니다.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는 결국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당의 내분이 얼마나 치명적인 해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확인한 선거였습니다. 정당들로서는 깊이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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