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주]무신경한 식품사, 무성의한 식약청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24일 철분 강화용 식품첨가물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가 나오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 첨가물을 사용한 과자나 음료에 대해 즉각적인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이들 제품을 생산한 업체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것도 잠시. 26일 식약청이 해당 제품에서는 멜라민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멜라민이 들어간 재료를 넣어 만든 제품에서 멜라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직장인 이모 씨(32)는 “식약청이 전체적인 사실 관계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채 개별적인 사실을 그때그때 발표하는 바람에 소비자 불안만 더 키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상과 내용은 다르지만 두 비판 모두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라는 소비자들의 걱정에 뿌리가 있다는 점은 같다. 작년 한 해 동안 이물질이나 유해물질이 들어간 식품 관련 사고를 연달아 겪은 소비자들은 더는 어떤 ‘사후조치’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해당 식품업체들도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제조과정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식품업체들은 “철분보조제에서까지 멜라민이 나올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멜라민 파동이 터진 직후 식품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철저한 유해물질 검사’를 약속했던 사실을 소비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도 식약청은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모든 수입식품에 대해 유해성분을 일일이 검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지난해 멜라민 파동으로 그렇게 큰일을 치렀다면 적어도 멜라민에 대한 검사만큼은 철저히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쥐머리 과자’ ‘칼날 참치’ ‘쇳조각 햄버거’ ‘멜라민 과자’…. 한국 소비자가 식품 안전에 유난히 민감한 것은 맹목적인 군중심리 때문이 아니다.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식품업체와 당국이 소비자들을 불신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식약청은 “앞으로 화학적 첨가물에 대해서도 멜라민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업체도 “안전한 식품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다. ‘노력’보다는 ‘결과’를 원한다.

이원주 산업부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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