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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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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2%에서 0.5%로 1.7%포인트 낮췄다.
이 보고서는 또 한국의 핵심 수출 대상국으로 부상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수입도 2.2%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무역협회 등은 아시아 지역 신흥 개도국들이 한국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무역협회가 802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우리 기업의 금년도 수출 전망’ 보고서에서도 조사 대상 기업의 60.5%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도 최근 앞다퉈 기존 수치보다 상당 폭 감소된 경제 수정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상 유지가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식경제부는 연초 설정한 수출 목표 4500억 달러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수출 실적치인 4220억700만 달러, 올해 수출 실적추정치인 4270억 달러보다 높은 것이다.
수출을 담당한 주무부서가 최선을 다해 수출을 늘리겠다는 데 대해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목표는 ‘분발’보다는 ‘좌절’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가 좋은 예다.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 때 하노이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던 미군의 장군이다.
그는 “막연한 낙관을 가지기보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생존해서 나간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스톡데일 장군은 수용소에 갇혀 있는 8년 동안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살아남았다.
반면 비현실적일 만큼 낙관적인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석방이 늦춰지자 낙담한 나머지 몸과 마음이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도 당초 설정한 수출목표치가 무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정부가 스톡데일 장군의 지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조은아 산업부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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