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말기암환자 ‘웰 다잉’ 수준 이럴수가

  • 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57분


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말기 암 환자 대부분은 죽어가는 순간에 고통을 덜 수 있는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한 채 임종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의 질을 누리는 것 못지않게 죽을 때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김범석 교수팀은 전이성 암 진단을 받고 항암제 치료를 받았던 국내 환자 298명을 사망 순간까지 추적 관찰했다.

말기 암 환자 중 33.6%가 편안한 임종을 준비해야 할 임종 직전 1개월 동안에도 소란스럽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50.3%는 임종 2개월 전까지 적극적인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환자의 94.6%가 임종 6개월 전까지 적극적인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이는 미국의 33%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포기하겠다고 동의한 경우는 11.7%에 불과하고 2.7%만이 임종 1개월 전까지 중환자실에서 간단한 연명치료를 받았다.

허 교수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호스피스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환자와 가족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고 있다”며 “말기 암 환자 가운데 호스피스 상담을 의뢰한 경우는 9.1%에 불과했고, 대부분 임종 53일 전에 의뢰돼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스피스 제도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치료보다는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통증을 관리해 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제도다.

암 치료 기술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치료될 확률이 낮은 데도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사례도 많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남은 가족의 고통도 이만저만 아니고 이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 본인보다 가족들의 만족감, 다시 말해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할 만큼 했다는 위안감 때문에 끝까지 항암치료를 고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생 동안 사랑했던 가족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에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이 아닌가 싶다.

김윤종 교육생활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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