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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4일 2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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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로운 통합신당 추진을 공식 결의하기 위해 소집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장. 8개월 동안의 ‘최장수 비상대책위원회’ 간판을 내리고 물러나는 김근태 전 의장의 입에서는 25년 전 민청련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불길 헤치고…바위산 넘어….” 사회자는 연방 “우리는 유신독재를 뚫고, 김대중 대통령 얼굴에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은 수구반동의 시절을 헤치고 참여정부를 출범시켰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자고 했다. 그뿐이었다.
그 사이 사회자는 몇 차례나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집계상황을 알렸다. ‘정족수 채우기’가 최대의 현안인 기묘한 전당대회였다. “오후 2시 30분 현재 6617명, 72.3%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대회장엔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그러나 대의원석에 앉아 있던 한 국회의원의 입에서는 “창피하게 왜 자꾸 정족수 얘기를 하는 거야”라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의원 31명의 탈당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열린우리당은 이날 전당대회로 당장의 파산은 모면했다. 하지만 3년 3개월 전 ‘100년 정당’을 호언하며 민주당을 깨고 나와 새 집권 여당을 만들었던 그들이 ‘수석당원’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 ‘폐업 후 신장개업’을 하겠다고 한다. 우리 정당사에 전례가 없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한때 국회 원내 152석의 막강 파워를 과시하던 열린우리당이 10%대의 국민 지지밖에 못 받는 제2당으로 추락한 것은 자신들만의 ‘개혁놀음’에 도취해 민의(民意)에 귀 막은 오만과 독선의 자업자득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흘러간 옛 노래’로 목청을 돋우며 반(反)한나라당 전선(戰線)만 구축하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눈에는 ‘반한나라’만 있지, 국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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