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유니폼에 삼족오가 그려져 있다. 삼족오는 1930년대부터 일본축구협회의 상징으로 대표팀의 엠블럼이 되었다. 일본에 근대 축구를 보급한 나카무라 가쿠노스케(中村覺之助)라는 인물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의 고향인 와카야마의 구마노(熊野)신사에 그려져 있는 까마귀를 본뜬 심벌이다. 그 까마귀가 날개만 150cm에 이르는 신화 속의 ‘야타가라스’다.
▷야타가라스는 일본 신화에 천황 군대의 안내역으로 나온다. 건국의 신이라는 진무(神武)천황이 동정(東征)에 나설 때 까마귀가 길잡이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단체의 상징 깃발에도 삼족오가 섬뜩하게 그려져 있다. 천황 호위군을 자처하는 우익다운 발상이다. 우익은 아마테라스 오가미(天照大神)라는 태양을 상징하는 개국(開國)의 신을 섬기므로 삼족오야말로 그들에게 이래저래 딱 들어맞는 심벌인지도 모른다.
▷행정자치부는 금이 간 국새(國璽·나라 도장)를 새로 만들 경우 삼족오를 새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봉황이나 용, 백호보다 삼족오를 권유하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삼족오는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면서 두 발 달린 주작(朱雀)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따라서 일본의 삼족오처럼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까마귀는 현대인에게 신성하거나 친근한 이미지의 새가 아니다. 흉측하고 공격적인 데다 쓰레기통이나 뒤지는 천덕꾸러기의 이미지다. 이미지를 떠나서라도 세 발 달린 돌연변이의 ‘퓨전 새’를 굳이 국새에 새길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