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동우/인사검증 괴롭지만…

  • 입력 2003년 4월 2일 19시 01분


‘도대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왜 남의 뒤를 캐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잠도 안 자고 뛰어다녀야 하나.’ 지난 한 달간 동아일보 사회1부 인사검증팀이 셀 수도 없이 자문(自問)해 본 질문들이다.

그동안 동아일보 인사검증팀은 새 정부의 각료와 청장, 청와대 주요 보직자 등 수십명을 상대로 인물검증을 해 왔다. 일단 대상자의 기본 인물정보를 바탕으로 재산형성 과정, 자신과 가족의 병역사항, 도덕성 그리고 주변의 평가와 개인적인 특이정보 등을 다양한 채널로 확인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남의 뒤를 캔다’는 것이 그렇듯이 이 취재는 결코 재미있는 일도, 유쾌한 일도 되지 못했다. 매 순간 적대적인 반응과 비난 그리고 경계심 어린 눈초리에 직면해야만 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싸늘한 시선에 부닥칠 때마다 기자들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명색이 일류 대학을 나와 그 어렵다는 언론사 시험에 합격했나….’

외부의 비난과 공격도 적지 않았다. 검증을 통해 일부 인물의 도덕성과 과거 행적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기사를 싣자 “동아일보가 새 정부의 흠집내기에 나섰다”거나 “보수언론의 진보세력에 대한 공격”이라는 등의 반발과 역공이 자못 거셌다.

왜 하나. 우리 스스로도 즐겁지 않고 외부로부터도 거센 반격을 받는 일을 우리는 왜 하나. 그것은 신문이 정부의 주요 공직자에 대해 인사검증을 하는 일이 과연 당위성이 있는 일인가 하는 근원적인 자문이다.

실제 우리의 인사검증이 일부 보도되면서 필자는 몇몇 매체로부터 ‘이유와 의도’를 묻는 취재를 당했다. 그때마다 필자는 “그분들이 국민이 낸 세금인 국가예산을 집행하고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는 정책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납세자인 일반 국민은 그분들이 공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인지를 알 권리가 있고 우리는 독자들의 그러한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번 인사검증 작업을 해 나가면서 가슴이 훈훈해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별로 흠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자들은 그때마다 ‘노력만 하고 건지는 것은 없는’ 데 대해 실망하기보다는 진정으로 기뻐했다. 검증결과가 ‘깨끗한’ 분들에 대해서는 꽃다발이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분명히 병역면제나 재산형성 과정 등에 석연치 않거나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지만 수사권이 없는 언론으로서는 더 이상 파헤치기가 어려워 검증이 벽에 부닥친 경우다. 우리의 취재결과에 대해 본인의 해명과 반론을 받으려 했으나 온갖 핑계를 대며 피하거나 약속을 어긴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몇몇 사람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혹을 거두지 않고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일 국정연설의 언론 부분에서 “‘공존할 줄 아는 보수와 진보’가 되어야 한다”며 “정도를 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공존하는 것이 결코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공존하는 법―그것은 부단히 상대를 감시하여 늘 깨어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 길이야말로 진정으로 정부를 돕는 길이며 바로 국민과 독자들이 원하는 길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우리의 검증과 감시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동우 사회1부장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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