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안정임씨 장애아들과 10년째 등하교 ´휠체어 모정´

  • 입력 2002년 3월 19일 19시 05분


“아들과 함께 대학강의를 들으니 재미있고 마음도 놓여요.”

주부 안정임(安貞任·51·경북 경산시 하양읍)씨는 대학생 아닌 대학생이다.

아들 강영극(姜永克·22)씨가 3월 대구대 조형예술대에 진학하면서 함께 캠퍼스를 누비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강군은 1급 지체장애인. 안씨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 아들은 학교를 다닐 수 없을 정도.

안씨는 꼭 10년째 아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했고 대학에도 진학하게 했다.

“쾌활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니까 정말 암담했어요. 뇌사상태에 빠졌던 아이가 대수술 끝에 겨우 깨어났지만 움직일 수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휠체어만 봐도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강씨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92년 집 근처 성당에 다녀오다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였다. 50일 동안 뇌사상태로 있다 겨우 깨어나 2년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집에 눕혀 두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용기를 냈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중학교로 보냈어요. 신체장애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부끄러워해선 안 된다고 셀 수 없을 만큼 마음을 다졌습니다.”

안씨는 아들이 중고교생일 때는 수업을 마칠 때까지 운동장 한 쪽에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는 생활을 반복했다. 봄가을 소풍과 설악산 수학여행도 함께 갔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설렐 아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들은 어머니의 지극정성으로 중고교 6년 동안 한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1학년이라 교양과목 18학점을 듣기 위해 이 강의실 저 강의실을 찾아다니는 게 힘들지만 “아들과 나란히 앉아 열심히 필기도 하는 게 좋아요. 4년 동안 수업 빼먹지 않고 다닐 겁니다. 대학원도 가고 싶고요. 대학에 못 갔는데 아들 덕분에 진짜 대학생이 된 듯해요.”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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