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훈훈한 인정에 즐거웠던 ‘은평천사원’ 어린이들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33분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사회복지시설인 은평천사원에 있는 김수진양(7)은 10일 밤 잠을 설쳤다. 선생님이 “11일엔 너희들이 꿈에도 그리던 피자를 실컷 먹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장애아 111명을 비롯해 200여명의 고아들이 있는 은평천사원에는 11일 오전부터 피자 굽는 냄새와 온기가 가득했다. 경기 양주군 장흥관광지에 있는 피자점 ‘피자성 효인방’ 직원 6명이 피자 가마 2대를 설치해놓고 따끈따끈한 피자를 구웠다.

아이들은 뜨거운 피자조각을 ‘호호’ 불면서 먹고 즐거워했다.

이날 ‘피자 잔치’는 연세대 외식산업 고위자과정에서 수업을 듣는 외식업계 대표들과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돌며 공연하는 사단법인 ‘사랑의 문화봉사단’이 마련한 것이다.

평소 봉사단을 후원해온 고위자과정 총동문회 회장인 ㈜놀부 오진권(吳振權) 사장이 봉사단의 천사원 방문 공연 계획을 듣고 “우리는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고 선뜻 제안했다.

오 사장의 제안에 피자성 효인방, 김가네김밥, 아저씨네 낙지찜 등 5개 외식업체가 가세했다.

피자성 효인방은 식은 피자를 배달하는 대신 이날 하루 가게 문을 닫고 즉석에서 피자를 굽기로 했다. ㈜놀부는 보쌈과 족발을, 김가네김밥에서는 김밥을 말아 왔다.

블루하와이와 아저씨네 낙지찜 등은 음료와 빵 과일 등을 준비했다.

봉사단의 요청에 따라 인형극 전문극단 ‘영’은 개런티 없이 ‘하늘로 날아간 애벌레’ ‘망치와 덩치’ ‘내친구 꼬마 도깨비’ 등 인형극 3편을 공연해 갈채를 받았다.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음식장사 하는 사람은 음식으로, 연극하는 사람들은 연극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니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또 아이들은 “멋있는 ‘연말 선물’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총동문회 동문 20여명은 즉석에서 176만원을 모금해 성금으로 전달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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