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벽 넘은 난치병 청소년 돕기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8시 55분


종교의 벽을 넘어선 난치병 청소년 돕기 운동이 열렸다.

20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5동 한신대신학대학원 운동장. 절에서 마련한 국수와 호박죽, 교회에서 준비한 김밥과 어묵, 성당에서 가져온 파전과 김치가 한자리에 모였다. 100여개가 넘는 음식코너에서 개신교 가톨릭 불교 신자가 한데 섞여 ‘맛자랑’을 벌이자 운동장은 순식간에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로 변했다.

이날 장터는 강북구 소재 화계사(주지 성광) 송암교회(당회장 박승화 목사) 수유1동성당(주임신부 이종남) 등 불교 개신교 가톨릭 3대 종교가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청소년을 돕기 위해 공동 개최한 연합 바자. 모든 신도들이 각자의 종교 이념을 초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마음을 합친 것이다.

연합 바자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해 10월. 13년 전부터 목사가 미사에 참석해 강론하고, 신부가 교회예배에서 설교하는 등 교류를 가져왔던 송암교회와 수유1동성당이 관할구청인 강북구가 음악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난치병 청소년 치료에 보탰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들도 기꺼이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소식을 전해들은 화계사 성광 스님도 기꺼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일부 신도가 다른 종교 신도들과 섞이는 것을 꺼리면서 내부적으로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이웃 사랑’이라는 대의(大義)를 꺾지는 못했다. 박승화 목사는 “2차례 행사를 진행하면서 목사와 신부가 ‘부처님의 자비’를, 스님이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는 등 서로에 대한 신뢰가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도들은 기증받은 물품과 헌옷, 음식 등을 팔아 3000여만원을 마련했다. 수익금은 전액 백혈병 암 등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의 치료비로 사용할 예정.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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