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얻고 새삶 시각장애 대학생 허경호씨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8분


“자유를 얻었어요.”

시각장애인인 대구대 허경호(許敬虎·22·초등특수교육과 3년)씨는 오는 2학기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꿈에 그리던 안내견과 ‘한 몸’이 된 지 한 달째. 허씨는 지난달 23일 삼성맹인안내견학교에서 두 살짜리 안내견 ‘한올’을 만나 적응훈련을 마치고 대구로 내려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올이와 처음 손을 잡던 순간, 이제 자유와 독립이구나하는 느낌이 온몸에 퍼지더군요. 10년 넘게 지팡이에 의존하며 일일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던 불편이 한올이 덕분에 사라졌습니다.”

2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허씨는 네 살 때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골목대장을 했을 만큼 명랑했던 그도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으면 문을 찾지도,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어려웠던 일들 때문에 좌절의 아픔을 곱씹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올이가 온 뒤로 집 분위기가 아주 달라졌어요. 부모님과 동생들은 제가 어딜 가든 걱정을 안해요. 한올이를 믿거든요. 한올이와 며칠 전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다른 손님들이 일제히 박수로 환영해줬어요. 버스를 탈 때면 아직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기사분들이 있지만 안내견이 워낙 행동을 바르게 하니까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듯해요.”

시각장애인 안내견 한 마리가 탄생하기까지에는 2억원 정도가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이 유일하게 안내견을 교육시켜 무료보급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된 안내견은 37마리. 안내견은 ‘문 찾아’ ‘계단 찾아’ ‘매표소 찾아’ ‘의자 찾아’ ‘인도 찾아’ 같은 우리말 명령어를 정확하게 알아듣는다.

“한 이불을 덮고 잡니다. 개가 아니라 제 눈이니까요. 한올이가 저를 도울 수 있는 기간은 15년 정도랍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멋진 추억도 많이 쌓고 싶어요.”

<대구〓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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