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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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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고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반인들이 투자했던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CBO)펀드의 만기물량이 연말을 전후해 많이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투자신탁회사들이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아주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투신협회 3개 팀이 총동원돼 “어느 곳에서 만기물량이 많다는 자료를 입수했느냐”며 전화공세를 펼쳤다. 투신협회는 “펀드 만기 때 고객에게 돈을 내줘야 하는데 투신업계가 어려워진다고 보고서를 쓰면 고객 불안만 커진다”고 다그쳤다.
투신협회는 보고서의 근거가 된 월별 만기물량 자료를 처음 만든 펀드평가사까지 역추적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이어 “만기물량이 우리가 파악한 것보다 많은데 그 근거를 대라”고 윽박질렀다.
그런데 투신협회는 똑같은 만기물량 수치가 그 일주일 전 본보에 실렸을 때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본보는 금융감독원이 펀드만기에 따른 투신업계의 환매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기를 연장해준다는 내용과 함께 만기물량 표를 첨부했다.
결국 투신협회는 업계에 유리한 기사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일관하고 불리하다 싶으면 발끈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꼴이다. 이 때문에 투신업계 주변에서는 “투신협회가 무서워 자료를 만들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을 심심찮게 한다.
일부 기관들은 “투신협회가 과연 투자자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투자자들이 업계의 문제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파악하는 데 투신협회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
투신협회는 “정확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되뇔 뿐이다. 그러나 투신협회의 집계는 전체 펀드가 아닌 일부 펀드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오히려 부정확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신업계의 잘잘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서 투자자들이 판단하도록 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진<금융부>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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