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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3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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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먼저 와계셨군요. 직접 뵙기는 처음이네요.
조수미〓반갑습니다. 초콜릿 좋아하세요?
(조씨는 보랏빛 선물봉투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신씨는 ‘예쁘네요’라며 탄성을 질렀다)
조〓저보다 훨씬 키가 크시네요.
(나란히 선 두 사람중 신씨가 10cm 가까이 커 보였다)
신〓사실은 제가 작아보일까봐 높은 굽 신발을 신었어요. 엊그제 공연에서 보았을 땐 훨씬 커 보이던데…. 무대를 압도하는 느낌 때문에 그랬을까요.
조〓실망하셨나요. (웃음)
신〓뒤늦은 인사지만 여름에 받은 엽서는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스에서 보내신 엽서요. 깜짝 놀랐어요.
조〓그때 아테네에서 공연을 했었죠.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노래의 무대가 그리스잖아요. 경숙씨가 쓴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무척 감명깊게 읽었던 생각이 나서 엽서를 보냈어요. 경숙씨가 답장과 함께 보낸 ‘딸기밭’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슬프던데요.
신〓너무 슬퍼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웃음)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제가 ‘기차는 8시에 떠나네’의 우리말 가사를 쓰게 됐죠. 워낙 수미씨의 노래를 좋아하니 제게도 즐거운 일이었어요.
조〓저야말로 경숙씨 글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엄마가 세련된 우리말을 쓰라고 항상 책을 보내주시는데, 경숙씨 책은 빠짐없이 읽어요.
신〓책읽을 시간이 많아요?
조〓비행기에서도, 잠자기 전에도, 언제나 읽어요. 경숙씨 글처럼 감동적인 문장을 읽으면 머릿속에 영양분이 흡수되는 것 같아요.
신〓저는 오래전부터 글 쓸 때마다 수미씨가 부른 ‘프랑스 아리아집’을 들었어요. 글이 막힐 때 들으면 깊은 데서 새로운 힘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 큰 체구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힘찬 소리가 나와요? 수미씨 공연장에도 항상 가는데 관객과 항상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에 탄복하곤 해요. 체력이 굉장한 것 같아요.
조〓공연은 두시간 동안 모든 걸 보여줘야 하니 힘들죠. 한번 하면 고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음반에 애착이 생겨요. 경숙씨는 여러번 고쳐가며 소설을 쓰죠? 문장을 읽다 보면 꼼꼼함이 가득 배어있어요. 한 문장을 읽어도 강한 필링이 와요.
신〓소설가로서 제 글을 좋게 읽었다는 말을 들을 때보다 기쁜 일은 없어요. 우리 서로 만들어가는 것을 열심히 보내주기로 해요. 서로의 감수성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요. 같은 세대의 느낌을 자기의 것으로 나누고 보태가는 거예요.
참, 수미씨는 결혼 안하나요? 저도 결혼전에 ‘언제 결혼하느냐’라는 질문 받으면 참 난처했지만….
조〓혼자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는 한계에 달한 느낌이에요. 곧 중대발표를 하게 될 거예요.
신〓좋은 상대는 있나요?
조〓물론이죠. 늦추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우리나라에 데리고 와서 공개할 거예요. 곧 보게 되실 걸요.
조〓콘서트를 꾸미다 보면, 좋은 우리 노래를 더 많이 무대에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좋은 노래가 나오려면 좋은 시와 문장이 나와야겠죠. 경숙씨도 힘을 써주세요.
(조씨는 피아노앞에 앉아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신씨가 붙인 가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신씨는 다소곳한 자세로 귀를 기울이며 때로 고개를 까닥여 박자를 맞췄다)
▼레바논인 매니저와 내년 결혼▼
인기소프라노 조수미씨(38)가 빠르면 내년에 결혼한다. 조씨는 최근 소설가 신경숙씨와 만나 “독신생활에 한계를 느낀다. 빠른 시일 내에 신랑감을 한국에 데려와 팬들에게 소개하고 결혼하겠다”고 밝혔다.
조씨의 한 측근은 “‘예비신랑’은 레바논 출신으로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 안토 사다카(46)로 1988년경부터 조씨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사다카씨는 호남형의 따뜻한 성품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조씨의 활동 근거지인 로마에 살고 있다. 오래 전 업무관계로 만난 두 사람은 5년 전부터 연인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은 “최근 프랑스와 국내 일부 언론이 프랑스인 외교관을 조씨의 결혼상대로 거론하기도 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10일 말레이시아 공연을 위해 출국한 조씨는 바쁜 유럽 연주 일정 때문에 올해 중에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