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기념사업위서 제주해녀상 받는 고이화씨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45분


“해녀로서 바다에서만 살아온 할머니가 무슨 일을 했다고….”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김전근·金田根)가 제정한 ‘제1회 제주해녀상’ 수상자로 9일 선정된 고이화(高利花·84·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할머니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고할머니는 16세이던 1932년 당시 일제의 해산물 갈취 등에 맞서 해녀들이 북제주군 구좌읍 일대에서 벌인 항일운동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당시 그는 다른 해녀 200여명과 함께 작업 때 쓰는 호미 등을 갖고 구좌읍 일대 거리로 나서 일제에 항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일본 순사에게 잡혀가 혼절할 정도로 맞아 지금도 목과 팔에 그때 채찍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며 일제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9세 때부터 해녀 일을 한 그는 30∼40대에는 동료 해녀보다 2, 3배의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했으며 50년 남편이 병사한 뒤에는 4남1녀의 자식들을 혼자서 꿋꿋하게 키워내는 등 강인한 제주여성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

최고령 ‘현역 해녀’인 그는 지난해에도 제주에서 전복을 가장 많이 채취한 해녀 중 한 명으로 꼽혔을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고할머니는 15일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에서 이 상을 받는다.

<제주〓임재영기자>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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