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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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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위대한 발명으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15세기 초 캐러벨이라는 포르투갈 범선이다. 먼바다를 탐험 항해하기 위해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역풍에도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길이가 18~30m에 선원수도 25명까지 줄인 소형. 물에 뜨기 쉽도록 갑판은 밀봉되고 해치는 작았으며 선체는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을 칠했다. 오늘날의 우주선 개념이었다. 그 캐러벨의 성능 개선이 콜럼버스 등에 의한 '발견의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18세기 선박에 또 하나의 위대한 발명인 증기기관이 얹혀지면서 지구는 좁아지고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무제한의 물자와 사람들이 대양을 건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 자동차와 비행기 문명이 열리고 꽃을 피우게 된다. 그 바람에 선박은 구식 교통수단으로 밀리고 중후장대(重厚長大)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그저 기계 같은 덩치 큰 물건 수송이나, 대도시 교통의 '틈새' 수단으로 명맥을 이어 왔을 뿐이다.
▷통근용 선박은 미국이나 홍콩 태국 등에 적지 않게 활용된다. 특히 방콕의 차오프라야강 선박을 이용하는 숫자는 자그마치 하루 32만6000명(99년말 통계)에 이른다. 서울에서도 88올림픽을 계기로 한강에 유람선이 뜨고 89년 잠실과 여의도 구간의 통근 승객 유치가 검토되었다. 그러나 집-선박-직장을 잇는 연결편이 마땅치 않다는 점, 여름 홍수 때와 겨울 결빙기의 휴항 문제 등이 걸려 흐지부지되었다. 이번에도 쾌속선 업자가 타산을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한다. 천혜의 한강을 이용해 교통난을 덜고 또 하나의 상쾌한 출퇴근 길을 열자는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김충식<논설위원> 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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