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窓]돈선거의 인과응보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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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돈선거의 말로(末路)인가.”

투표일을 사흘 앞둔 10일 오후 강원 춘천시의 모 정당 지구당사 사무실 직원들은 밀린 일당을 지급해 달라는 유급 선거운동원들을 대할 때마다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7∼10일치 일당이 밀려 이 기회가 아니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아우성치는 유급선거운동원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왜 일당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거나 사무실에 직접 나타나 집기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자기 돈으로 운동원을 동원했던 중간 연락책들은 직원들의 멱살까지 잡으며 불만을 나타냈다.

직원들은 “한번만 도와달라”며 이들을 설득하면서도 처음 겪는 일이 아닌지 무감각한 표정이었다. 한 직원은 “이들의 행동과 이탈이 막판에 외부로 노출되면 득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다른 당사 사무실도 비슷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선거전 막판에 표밭을 늘리는 것보다는 유급 운동원 단속과 관리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것. 직원들은 “선거를 돈으로 치르려 했던 후보의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입을 모았다.

<춘천〓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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