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경오페라단 이정순 신임 이사장 "재정난 우선 해결"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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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큰 책임을 맡아 두렵지만 고인을 가까이서 모셔온 인연으로 알고 뜻을 이어가는데 작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16일 김자경오페라단의 신임 이사장에 선임된 한양대 미술대 이정순교수(55). 이교수가 김자경씨와 인연을 맺은 것은 90년 대학(이화여대) 선배들의 소개로 오페라단의 무대미술을 전담하면서부터.

김씨는 국내 최초 오페라 ‘춘희’의 프리마돈나로 한국 오페라 50년사의 대모(代母). 그의 타계로 국내 첫(63년 창단) 민간 오페라단 ‘김자경오페라단’의 진로가 불투명해지자 적임자를 물색하던 이사회는 4개월간 공석으로 비워두었던 그 자리에 이교수를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이교수가 무대미술과 더불어 10년간 인연을 맺어 누구보다 오페라단을 잘 알고 외유내강의 지도력과 활동력으로 오페라단을 이끌 적임자라는 단원들과 제자들의 강력한 추천이 배경이 됐다.

“처음엔 난감했어요. 음악인도 아닌 제가 한국음악계의 보배와도 같은 김자경오페라단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그런데 옆에서 도와주시겠다면서 맡아보라고 권하시는 분이 많아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신임 이이사장의 첫번째 과제는 오페라단의 재정난 해결.

63년 당시 김씨가 사재 100만원을 털어 창단한 ‘김자경오페라단’은 “한국 음악계에 오페라를 꽃피워야 한다”는 김씨의 헌신적인 오페라 운동의 결실이지만 늘 재정난에 허덕여왔다.

“그래도 살아계실 땐 ‘김자경’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운영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힘들어요. 우선 오페라단의 소중함을 널리 알려 우리 것을 아끼고 소중히 생각하는 뜻 있는 분들을 후원이사로 위촉, 운영기금을 만들 생각입니다.”

한국 오페라계의 사관학교라 불릴 정도로 많은 인력을 배출해 낸 오페라단의 명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유능한 인재를 뽑아 양성하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현재 오페라단 연습실로 사용 중인 서울 신촌동 자택에 고인이 수집해온 음반, 악보 등 오페라 관련 자료들을 상설 전시할 오페라 박물관도 세울 계획.

베스트셀러 수필집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의 저자인 이씨는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제 능력 닿는 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는 신의 뜻으로 알고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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