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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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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거 문건’에 대해 이부총재측은 보좌관이 국정원장 비서로 있을 때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원장에게 참고자료로 만들어 보고한 것일뿐 국정원의 정치개입과는 전혀 무관한 문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6·3 서울 송파갑 및 인천 계양―강화갑 재선거에 대비해 작성된 것이 분명한 문건에는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깊숙한’내용들이 담겨 있다. 선거구민의 연령별 출신지별 주거지별 분석과 여야(與野) 예상후보별 장단점 분석, 지역현안에 대한 선심성 대안에 덧붙여 야당의 내부 사정까지 꿰뚫고 있다. 이런 문건이 ‘국정원장 비서의 개인적 작품’이라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조직적인 정치사찰 정치개입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언론대책 문건’에 대해서도 이부총재는 “문건 원본을 도난당해 보지도 읽지도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문제의 문건을‘절취’한 혐의로 구속됐던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심리한 재판부는 16일 이기자가 훔친 문건은 원본이 아닌 것으로 보여 절도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석방했다. 그렇다면 문건의 원본은 여전히 이부총재 사무실에 남아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언론장악 음모’ 의혹의 본질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부총재는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에 대해 보다 설득력 있게 해명해야 한다.
‘재선거 문건’의혹 역시 분명히 밝혀야 한다. 어렵사리 정상화로 돌아선 정국이 ‘언론 문건’국정조사를 놓고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재선거 문건’까지 겹쳐 정국이 또다시 경색화된다면 국정 자체가 파국을 맞을 위험이 크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은 무엇보다 임박한 내년 총선의 공정성을 위해 보다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내년 총선은 집권당으로서는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이란 점에서, 야당으로서는 차기 집권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사활(死活)을 건 마당이 될 게 뻔하다. 이럴 경우 특히 집권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정보기관의 정치사찰과 정치개입은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고 그 실례는 과거 정권에서 이미 드러났다. 그러나 그런 악습(惡習)과 구태(舊態)가 반복돼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전직 정보기관장이자 집권여당 부총재인 이종찬씨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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