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선족 어떻게 도와야 하나

  • 입력 1996년 12월 5일 20시 12분


동포인가 외국인인가, 정부배상인가 민간모금인가. 조선족 사기피해자의 구제방안을 놓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과 사회단체들이 조선족을 동포라는 시각에서 접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데 반해 정부측은 「조선족에 대한 취업절차의 개선과 입국기회 확대」쪽으로 가닥을잡아가는인상이다. 사실 조선족을 상대로 한 사기사건의 정확한 해답을 찾기에는 서로 상반되는 이중적인 요소들이 많다. 동포이면서 중국국적을 갖고 있고 사(私)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면서도 韓中(한중)양국정부의 공식문건과 인장도 적지 않게 연관돼 있다. 또 『조선족만 당했나. 조선족에 당한 한국인도 많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조선족사기피해자 취재에 임하면서 기자 역시 조선족문제의 복잡성을 의식, 그들의 법적 위상과 한중외교관계를 고려, 사건의 진상규명 등 냉정한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전하는 사기내막과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면서 이번 사건을 「법과 논리와 절차」로만 풀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섭씨 영하15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 당장의 끼니걱정을 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취업제도개선 등의 해결방안은 공허할 뿐이다. 애초에 조선족을 산업연수 등의 명목으로 대거 고용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나 기업이 이들을 「민족」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이 이들을 노린 것도 같은 민족임을 미끼로 손쉽게 속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일 정부가 배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선족동포의 표정은 또 한번의 절망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황 의 봉<북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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