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중대형 전기화물차가 국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번 제도 도입을 ‘지원 확대’라기보다 규제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보완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대형 전기화물차는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고, 장거리 운행 시 운행 비용의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디젤 대비 유지보수 항목이 적어 정비 비용이 낮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도심 야간 운행에도 유리하다. 또한 배출가스가 없어 환경 규제 대응이 수월하며 기업의 ESG 경영 강화와 친환경 물류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업계에서 전동화 전환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연동되면서 중대형 상용차 제조사들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확정한 ‘2026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차급 기준 중형(적재중량 1.5~5톤 미만)과 대형(5톤 이상) 전기화물차가 처음으로 보조금 대상에 포함됐다. 중형은 최대 4000만 원, 대형은 최대 6000만 원의 국비 보조금이 책정됐다. 소형 전기화물차 중심이던 정책이 중대형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제도 진전은 분명하다.
문제는 정책의 ‘속도’와 ‘강도’가 지원 수준을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평균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 비중이 낮은 제조사는 연간 수십억 원 이상에 달하는 규제 페널티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다. 즉 전기화물차를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전기차 생산과 판매 확대다. 그러나 시장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형 전기화물차는 차량 가격이 2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대 보조금을 적용해도 내연기관 차량과의 가격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중형급 기준으로 내연기관 화물차가 약 8000만 원 수준인 반면, 전기화물차는 약 2억4000만 원에 이른다. 국비 보조금 4000만 원과 지방비 보조금 1200만 원(최소기준 30%)을 모두 반영하더라도 1억 원 이상 구매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이 같은 가격 구조에서는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실제 구매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대기업 물류사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동화 검토와 시범 도입은 이어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량 구매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전동화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 보조금 체계로는 시장이 반응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고 있는 주체는 중소·중견 상용차 제조사다. 대표적으로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정부의 2050 넷제로 정책 기조에 맞춰 자체적으로 2045 넷제로 로드맵을 수립하고, 수백억 원 규모의 전동화 투자에 나섰다. 중대형 전기화물차 개발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왔다. 다만, 시장 전환 속도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투자 회수는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인한 평균 온실가스 배출 기준 초과 페널티까지 동시에 적용될 경우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일수록 재무적 부담이 커지는 역설적인 구조가 형성된다.
친환경 상용차 내에서도 정책 불균형은 존재한다. 수소전기트럭은 초기 시장 형성과 인프라 구축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원과 정책적 보호를 받는 반면, 중대형 전기화물차는 동일한 무공해차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보조금 비율이 적용된다. 기술 방식에 따라 시장 진입 여건이 달라지면서 특정 친환경 기술만 선택받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구매제도 역시 실효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대형 화물차 부문에서는 의무 비율이나 페널티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으며 제도적 요구와 현실적 구매 여건 사이의 간극만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행 보조금 규모로는 시장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최소한 정부 보조금이 현재의 두 배 이상 수준은 돼야 실질적인 구매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 초기 단계에 있는 중대형 전기화물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보조금 확대와 함께 규제 페널티의 단계적 유예 또는 완충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며 “지원은 제한적인데 규제만 즉시 적용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중대형 상용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와 중소·중견 제조사의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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