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난민들의 ‘희망의 보금자리’가 되다 - 고려사이버대 한국어학과 정연주 학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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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0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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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민 지원을 위한 ‘희망의마을센터’ 설립,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에 앞장서


“난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에 심어주고 싶어요.” 우리나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러 이주민들을 돕고 있는 지원단체 ‘희망의마을센터’에서는 행정지원, 상담 서비스 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고려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에 진학해 보다 많은 이주민에게 전문적으로 한국어 강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정연주 센터장(52)을 만나봤다.


Q. 자기소개를 한다면?


27년 간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다 2017년 우연히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의마을센터’를 설립, 현재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희망의마을센터는 사단법인 글로벌호프 산하기관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난민들을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는 센터의 규모가 커져 난민 뿐만 아니라 45개국 이상의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사회통합프로그램, 한국어교육, 여성지원프로그램, 아동 방과후교육, 행정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Q.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엔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 북아프리카에 방문했다. 튀니지에서는 선교 뿐만 아니라 한국어교육 등 다양한 일을 했고 이집트에서는 장애인식 개선 활동과 더불어 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의학 기술을 도입하는 일을 지원했다. 이 일을 하며 방문하게 된 한국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난민을 접하게 됐고,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저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 동참한 많은 분들의 열정이 모여 센터를 설립하기까지 이르렀다.
해외에서 저는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방인을 따뜻하게 대해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들이 좋은 이웃이 되어주었듯이, 저 또한 그들에게 좋은 이웃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싶다. 난민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난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우리 한국 사회에 심어주고 싶다.


Q. ‘희망의마을센터’는 무슨 의미인지?


아랍의 봄 이후 테러와 전쟁으로 고통받는 난민들이 정말 많다. 현재는 고향을 떠나 한국 땅을 찾게 된 이들이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가서 나라를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고 또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희망의마을센터(Hope Village Community Center)’라 지었다.


Q. 사이버대 한국어학과에 입학하게 된 동기는?


2003년 고려대 어학원에서 한국어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튀니지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어 강좌가 신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대장금’의 열풍으로 무려 사백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해 강의실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결국 일부 학생들은 수업 대신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한국어를 공부해야 할 정도로 한류의 힘이 대단했다. 짧은 경력이었지만 학생들이 재밌게 수업을 들어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가끔 제자들이 당시 수업이 자기네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는데, 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경험으로 가르치는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또 희망의마을센터를 운영하며 보다 전문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후 희망의마을센터 동료 강사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고려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에 관심이 생겼고 2018년 편입학해 현재 4학년으로 재학중이다.


Q. 고려사이버대에서 학습한 내용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희망의마을센터에서 세계 각국의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특히 한국어학과에서 수강한 ‘한국어발음교육법’ 같은 과목은 실제 수업에서 매우 유익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겪는 발음 오류를 파악해 교정방법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데 이 수업을 통해 얻은 배움을 미국인 학생의 발음을 교정하는 데 적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한국어표현교육법, 한국어어휘교육법, 한국어문법교육론, 한국어어문규범, 토픽(TOPIK) 교수법 등을 배우게 되는데 모두 한국어교원으로 활동할 때 그 활용도가 높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


해외에 오래 거주하다 보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고려사이버대 한국어학과의 ‘한국문학개론’, ‘한국문화교육론’과 같은 수업을 들으며 한국의 문화, 풍속, 문학 등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또 이민‧다문화가족의 복지를 다룬 강의도 수강했는데 난민 문제에만 치우쳐 미처 보지 못했던 탈북자들의 아픈 현실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스스로 한단계 성장한 느낌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학과 수업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과목을 공부하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사회의 난민의식개선에 앞장서고, 많은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 일을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맡기고 다시 북아프리카로 돌아가 장애 아이들을 돕기 위해 힘쓰고 싶다.


Q. 끝으로 한국어교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한다면?


성인학습자들도 특수교육, 아동교육과 마찬가지로 급우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선생님들이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 개개인의 사연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학생들 간의 유대관계도 깊어지고 그것이 긍정적인 학습 효과로 발휘되는 것 같다.
한국어교원이 단순히 ‘언어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학생들끼리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통해 친밀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본 자료는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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