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전생에 무슨 죄 지어 두번 협상…FTA 깰 생각도”

  • 뉴스1
  • 입력 2018년 9월 25일 0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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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트럭’ 관세철폐 기한, 20년 추가 연장
10월 국회 비준 동의 받아 내년 1월1일까지 발효 계획

참여정부에 이어 두번째 한미FTA 협상을 마무리한 김현종 산업자원부 통상본부장이 한미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2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내 쉐라톤호텔 뉴욕타임스에 마련된 유엔총회 한국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발표했다.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는 한미 FTA 개정협정문에 서명했다.

김 본부장은 두번째 한미FTA 협상을 완료한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걸 두번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첫번째도 그랬고 이번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한미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민족으로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봤다”라며 “유지하는 게 유리한 건지, 깨는 게 유리한 건지 계산기를 두드려 봤을 때 민족으로서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통상분야에서 ‘퀀텀 점프’, 이런 계산을 했기 때문에 나는 깰 생각도 있다는 걸 상대방에게 얘기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미국측) 상대가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소규모 패키지로 가자. 미국에선 TPA를 미 의회에서 받지 않고 그냥 하겠다는 오퍼, 4가지 조건 등을 보니까 수용해도 국가와 민족 차원에서 크게 손해보지 않고, 레드라인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김 본부장은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 주요국들이 통상 분쟁, 통상 쓰나미에 휩싸여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선언되는 무역협정이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번 한미FTA 개정 합의가 협상범위 소규모, 협상개시 3개월 만에 신속히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고 개정 협상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축산업계가 농축산물 추가개방이나 자동차 업계가 우려했던 원산지 강화, 미국산 부품 의무 사용을 안했다는 것 등이 평가 받을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 핵심 민감이슈에 대해 레드라인을 관철한 것은 나름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제도를 악용해 소송을 제한하는 요소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 변화를 보호하는 요소를 반영했다.

우리는 88개 VRT 투자협정을 체결한 상태인데 한미 FTA와 다른 VRT 투자협정은 동시에 제소할 수 없도록 했다.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근거가 약할 경우에 신속하게 소송을 각하, 기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다른 투자협정에서 유리한 절차만을 가져와서 한미 FTA, ISDS 소송에서 쓸 수 없도록 했다. 입증 책임과 관련된 부분인데 투자자가 ISDS 청구시 모든 청구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갖도록 했다. 설립전 투자에 대해서는 사업계획 단계에서 쓴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을 안 해주기로 했다.

반덤핑 상계관세 대해서는 조사 당국이 현지 조사를 실시하는 데 있어서 사전 통지를 강화하도록 하고 덤핑 관세 계상방식을 상세적으로 공개해야 하고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토록 했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섬유원산지 기준과 관련해서는 ‘실-원사-섬유-의류’ 4단계가 있는데, 모두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돼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급이 부족할 경우 일부 원료품목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아도 예외적으로 원산지로 인정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미국측 관심 이슈인 자동차 분야의 경우 양국은 미국의 ‘픽업 트럭’에 대한 관세철폐 기한을 20년을 추가 연장해서 2041년 1월1일에 25% 관세를 철폐하는데 합의했다.

또한 자동차 안전기준 관련해서 미국 제작사들도 현재 연간 2만5000대까지의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과 우리 자동차 안전기준의 동일성 인정을 5만대까지 인정해주기로 했다.

여기서 안전기준이라면 예를들어 한국 자동차는 브레이크 밟으면 주황색 불, 깜빡이는 빨간색, 미국은 둘 다 빨간색 들어온다. 제작사당 5만대까지 인정한다는 것은 5만대까지 수입한다는 게 아니고 5만대까지 수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드 8100대, 지엠 6700대 크라이슬러가 4800대 등 모두 1만대를 넘은 적이 없었다고 김 본부장은 부연했다.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하기 위한 자동차 분야의 예외가 있을 뿐아니라 미국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한 미국산 자동차 교체 부품에 대해서는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우리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하되, 우리 규제당국의 사후권리 권한과 긴급조치 권한을 규정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픽업트럭관련 미국쪽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번에 미국은 픽업트럭, CUV 2가지를 가지고 미국 업계가 많은 이익을 내서 관심이 많았다. 25% 관세 유지에 관심 있었다”라며 “우리는 픽업트럭 제조를 안한다. 미국은 3년 후면 관세철폐가 되는데, 이것을 20년 연장해달라, 41년까지 연장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참고로 픽업트럭은 미국 시장에서만 판매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픽업트럭 2.7~5톤 정도 나간다. 미국 판매 픽업트럭은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제조하고, 도요타도 멕시코 제조해서 수출한다. 그것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계산해서 2040년까지 20년 연기했다”고 답했다.

자동차 연비 온실가스 기준과 관련해서는 모든 국가들이 2021~2025년 준비하고 있는데, 설정할 때 미국 기준, 글로벌 스탠드를 고려할 것이고 현재도 판매량이 작은 제작사에 적용되는 소규모 제작자 제도를 차기 기준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유지토록 했다.

한미FTA 232조 철강 조항과 관련해 이미 올해 3월 말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고 국가 면제를 확보해 철강 수출이 가능토록 올해 8월 품목예외를 승인받기도 했다.

자동차 232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관계자는 “232조라는 것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중단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을 의미하는 것인데, 남북-북미관계 변화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선 한미 FTA 개정협상에 서명함으로써 양국간 안보와 통상, 모두 안정적이고 보다 긴밀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계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한미FTA 개정안은 10월 초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 내년 1월1일까지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

(뉴욕=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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