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과기부 감사… DGIST에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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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 감사와 달리 사유 안 밝혀… 총장사퇴 압박설 등 추측 무성
교수협, 감사 중단 성명 발표

15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손상혁 총장을 응원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메모가 붙어 있다. 손 총장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를 받다 건강 이상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5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손상혁 총장을 응원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메모가 붙어 있다. 손 총장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를 받다 건강 이상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안팎에선 총장 사퇴 압박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 대학 손상혁 총장(65)은 감사를 받다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고, 처장급 보직자들은 사퇴서를 냈다. 교수협의회는 비상식적인 감사의 중단을 요구하는 공식 성명을 16일 발표했다.

16일 DGIST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시작된 과기부의 감사에 대해 학교 안팎에선 통상적인 감사와 양상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기부는 제보와 투서에 의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힐 뿐 주된 쟁점과 사유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과거 과기부의 감사에서 주된 감사 사유와 기간 정도는 밝힌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 총장의 펠로(fellow) 직위 연장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교내 모 연구센터의 연구원 인센티브 배분과 관련한 자체 감사의 타당성, 교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등에 대해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달 넘게 감사를 할 만큼 중한 사안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사무관(5급)인 과기부의 감사 담당자가 차관급으로 분류되는 국립대 총장을 상대로 최근 사흘간 독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과기부가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손 총장은 10일 오후 감사를 받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대학 처장급 보직자 11명 중 휴가자 1명을 제외한 10명도 보직 사퇴서를 냈다. 표면적으론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소명하기 위해 사퇴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감사에 부당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다만, 처장급 보직자의 사퇴서는 손 총장이 병상에서 반려했다.

교수협의회는 이번 감사를 부당 감사로 규정하고, 감사의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교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과기부 감사관이 총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소문이 있고, 본래의 취지와 다른 특정 목적을 가진 감사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하는 행위로 과기부는 비상식적인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사퇴 압박설에 대해 “감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직접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는 의견을 다른 보직자를 통해 밝혔다.

과기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를 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사안에 따라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총장 사퇴 압박설에 대해선 “감사관이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절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DGIST는 KAIST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된 과학기술원이자 연구중심대학이다. 2004년 국책연구기관으로 출범해 2011년 대학원 석·박사 과정, 2014년 학부 과정을 개설했다. 2011년 신성철 초대 총장 취임식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국회의원)이 참석해 축사했다. 손 총장은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선임됐고, 3월 22일 4년 임기로 취임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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