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팬이 먼저다…US오픈의 흥행 비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0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300개 텐트 설치…각종 편의시설 마련
코스관리 최고…선수 전용기까지 띄워


타이거 우즈가 나오지 않았고, 필 미켈슨(이상 미국)도 빠졌다. 게다가 세계랭킹 1∼3위 더스틴 존슨(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마저 컷 탈락했다. 제117회 US오픈은 최악의 상황에서 펼쳐졌다. 그러나 특별한 스타가 없이도 이번 대회는 대성공을 거뒀다. 무엇이 올해 US오픈을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US오픈은 성공의 조건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스타들의 명승부와 열광적 팬들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이를 위해 완벽하게 준비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적한 동네인 에린에 위치한 에린힐스골프장은 부대시설이 턱 없이 부족했다. 클럽하우스가 너무 작아 156명의 선수들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대회를 만들었다. 코스 내에 300개의 텐트를 설치해 선수들이 사용할 라커, 식당, 휴식공간, 간이병원, 마사지센터, 캐디 식당에 심지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별도의 공간까지 모두 갖춰놓았다.

연습환경은 최상이었다. 대충 살펴봐도 400m가 훌쩍 넘는 길이의 초대형 드라이빙레인지, 엄청난 크기의 연습그린과 벙커샷, 쇼트게임을 위한 공간을 갖췄다. 또 마지막 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전용기를 띄워 다음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선수들을 편하게 모셔다주기까지 했다.

1년 동안을 공들여 준비했다는 코스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와 그린 위에서 선수들은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당초 US오픈 사상 가장 악명 높은 코스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예상과 전혀 다르게 31명의 선수가 언더파로 대회를 마친 것도 완벽한 코스 환경 덕분이었다. 여기에 성적이 좋고 나쁨을 떠나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최고의 경기를 펼친 선수들의 열정이 더해져 US오픈에서 또 하나의 역사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팬들을 위한 준비에도 소홀한 것이 없었다. 코스 내에는 1만6988석의 스탠드가 설치됐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간이매점 등의 편의시설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4만5000명이 사용하는 간이화장실은 전혀 불쾌감을 주지 않았고, 5266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만일의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했다. 그 덕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온 코스 내에선 그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경기에 심취해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

US오픈의 성공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기념품 판매다. 초대형 텐트 안에 들어선 매장에 약 40만점의 각종 기념품을 마련했는데, 마지막 날에는 준비한 기념품이 거의 동이 날 정도였다.

US오픈을 보기 위해선 적잖은 돈을 내야 한다. 가장 비싼 티켓은 무려 1895달러(약 214만원)나 됐다. 그럼에도 4일간 18만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스폰서가 아니라, 선수와 팬을 먼저 생각하는 US오픈이 부럽기만 하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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