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 9만명 몰려든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 긴장한 214만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6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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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호남 경선이 ‘대박’ 난 것이 분명하다. 현장에 9만여 명이 몰렸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5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된 국민의당 호남 경선을 이 같이 평가했다. 같은 지붕 아래 있다 갈라선 두 당은 사사건건 날 선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그런 민주당조차도 국민의당의 호남 경선 결과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사실 경선 선거인단 규모로만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ARS(전화응답조사)와 현장 투표를 실시하는 민주당은 214만 명의 선거인단을 끌어 모았다. 역대 정당 경선 사상 최대 규모다. 민주당 1차 선거인단(163만여 명) 중 호남에서만 26만 명이 신청했다.

반면 오로지 현장 투표로만 실시하는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9만 여 명이 참여했다.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의당 경선에 적잖은 신경을 쓰는 이유는 ‘현장 민심’ 때문이다. 호남의 한 원외 위원장은 “아무리 조직을 동원한다 해도 현장에 9만 명을 불러오기는 쉽지 않다”며 “지금까지 실시됐던 여론 조사와 현장 민심이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민주당이 앞서 왔지만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현장 표심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첫 경선 지역인 호남에서 바람몰이에 성공해 앞으로 펼쳐질 지역 경선에서 더 많은 선거인단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민주당 각 캠프는 국민의당 돌풍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간 분위기다. 한 캠프 관계자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호남 당원 규모를 보면 9만이라는 숫자가 그다지 많은 숫자도 아니다”며 “27일 공개되는 우리 당 호남 경선 투표 참여 인원을 보면 그 규모가 (9만 명 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압승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가 이겼다면 큰 의미가 있겠지만, 당연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흥행 돌풍이 민주당 경선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과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측의 해석은 달랐다. 양측은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문 전 대표에게 실망한 표심이 국민의당으로 대거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며 “호남의 ‘반(反)문재인’ 정서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 측 역시 “지난해 4·13총선 당시 호남의 결과를 보여주는 듯 하다”며 “문 전 대표로는 안 된다는 호남의 표심이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단 세 석을 얻는데 그쳤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어느 쪽의 해석이 맞는지는 내일(27일)이면 판명이 난다”고 말했다. 27일 열리는 민주당 호남 순회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예상대로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국민의당 흥행의 바람이 곧바로 가라앉는다는 설명이다. 이 당직자는 “반면 문 전 대표가 과반 달성에 실패한다면 호남 발 ‘반문 정서’가 경선의 최대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눈덩이 효과’를 구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당선 될 후보를 찍는 대선의 성격상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계속해서 불어난 양측의 눈덩이가 본선에서 맞붙을 때 어느 쪽이 더 탄탄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지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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