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싸움이 승부 갈랐다…LG 유강남 ‘홈런’ 넥센 박동원 ‘실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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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포수를 기분 좋게 만들지 말라."

오래된 야구 격언이다. 그라운드에서 수비를 진두지휘하는 포수가 공격에서도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나면 수비 집중력이 더욱 좋아지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비 하나에 승부가 갈리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이 격언이 더욱 빛을 발한다. 넥센이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3차전에서 LG에 1-4로 패한 것도 이 격언을 지키지 못한 탓이 크다.

넥센은 이날 0-0으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4회말 2사 2루에서 LG 포수 유강남(24)과 상대했다. 넥센 선발 신재영(27)은 초구로 유강남의 몸쪽에 붙는 시속 138㎞의 속구를 던졌다. 유강남은 이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비거리 105m)을 터뜨렸다.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고, 유강남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 홈런은 유강남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이기도 했다. 이 홈런을 치기 전까지 유강남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167로 부진했고, 자신이 선발 마스크를 썼던 두 경기에서 모두 팀이 패하는 징크스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유강남은 경기 후 "첫 타석에서 내 스윙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삼진(스크라이크 아웃 낫아웃)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렸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더니 정성훈 선배(36)가 '왜 (한가운데 들어온) 초구를 치지 않았냐'고 하더라.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면서 '초구가 눈에 들어오면 무조건 휘두른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반대로 넥센 포수 박동원(26)은 1-2로 뒤진 7회말 수비 때 송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동료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무사 주자 1루에서 박동원이 LG 2번 타자 이천웅(28)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진 공이 외야까지 날아간 것. 그 사이 1루 주자 김용의(31)는 3루까지 내달렸고 이천웅도 2루를 밟았다. 결국 두 선수가 모두 득점하며 점수는 4-1로 벌어졌다. 박동원은 타석에서도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8회초 공격 때 대타 대니돈(32)에게 자리를 내줬다.

LG는 이날 승리로 2승 1패를 기록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 남겨뒀다. 3선승제로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가 1승 1패에서 3차전을 벌인 것은 모두 16번이었고, 이 중 9번(56.3%)에서 3차전 승리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4차전은 17일 오후 6시 반 잠실구장에서 시작한다.

● 양팀 감독의 말

▽LG 양상문 감독=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강남이 홈런을 치면서 (선발 투수) 허프가 더 잘 던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수비에서도) 유강남과 허프의 호흡이 좋아서 별로 사인을 내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들어 선발진이 잘 버텨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가을야구' 경험이 강팀으로 가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넥센 염경엽 감독=허프를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허프가 몸쪽 공을 잘 던졌다. 우리 팀에서 주루사가 나왔지만 승부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승부처는 7회초였다고 본다. 그때 동점을 만들었으면 흐름을 가져왔을 텐데 LG에 흐름을 내줬다. 내일은 승리조가 모두 나와
던진다. 총력전을 펼쳐서 5차전에 가겠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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