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야구 격언이다. 그라운드에서 수비를 진두지휘하는 포수가 공격에서도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나면 수비 집중력이 더욱 좋아지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비 하나에 승부가 갈리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이 격언이 더욱 빛을 발한다. 넥센이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3차전에서 LG에 1-4로 패한 것도 이 격언을 지키지 못한 탓이 크다.
넥센은 이날 0-0으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4회말 2사 2루에서 LG 포수 유강남(24)과 상대했다. 넥센 선발 신재영(27)은 초구로 유강남의 몸쪽에 붙는 시속 138㎞의 속구를 던졌다. 유강남은 이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비거리 105m)을 터뜨렸다.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고, 유강남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 홈런은 유강남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이기도 했다. 이 홈런을 치기 전까지 유강남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167로 부진했고, 자신이 선발 마스크를 썼던 두 경기에서 모두 팀이 패하는 징크스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유강남은 경기 후 "첫 타석에서 내 스윙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삼진(스크라이크 아웃 낫아웃)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렸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더니 정성훈 선배(36)가 '왜 (한가운데 들어온) 초구를 치지 않았냐'고 하더라.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면서 '초구가 눈에 들어오면 무조건 휘두른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반대로 넥센 포수 박동원(26)은 1-2로 뒤진 7회말 수비 때 송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동료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무사 주자 1루에서 박동원이 LG 2번 타자 이천웅(28)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진 공이 외야까지 날아간 것. 그 사이 1루 주자 김용의(31)는 3루까지 내달렸고 이천웅도 2루를 밟았다. 결국 두 선수가 모두 득점하며 점수는 4-1로 벌어졌다. 박동원은 타석에서도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8회초 공격 때 대타 대니돈(32)에게 자리를 내줬다.
LG는 이날 승리로 2승 1패를 기록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 남겨뒀다. 3선승제로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가 1승 1패에서 3차전을 벌인 것은 모두 16번이었고, 이 중 9번(56.3%)에서 3차전 승리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4차전은 17일 오후 6시 반 잠실구장에서 시작한다.
● 양팀 감독의 말
▽LG 양상문 감독=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강남이 홈런을 치면서 (선발 투수) 허프가 더 잘 던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수비에서도) 유강남과 허프의 호흡이 좋아서 별로 사인을 내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들어 선발진이 잘 버텨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가을야구' 경험이 강팀으로 가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넥센 염경엽 감독=허프를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허프가 몸쪽 공을 잘 던졌다. 우리 팀에서 주루사가 나왔지만 승부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승부처는 7회초였다고 본다. 그때 동점을 만들었으면 흐름을 가져왔을 텐데 LG에 흐름을 내줬다. 내일은 승리조가 모두 나와 던진다. 총력전을 펼쳐서 5차전에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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