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투수’ 오타니, 진화하는 투타 겸업…시즌 22번째 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8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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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22)가 시즌 스무 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니혼햄의 오타니는 27일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방문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출전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해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최고구속 160㎞의 강속구를 던져 한국 팬들에도 잘 알려진 오타니는 현대 야구에서 보기 드문 투타겸업 선수다. 일본에서는 두 개의 칼을 쓰는 무사에 비유해 ‘이도류(二刀流)’라고 부른다.

오타니의 20호 홈런은 이도류와 관련된 반복된 논쟁 속에서 나온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어려서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꿔온 오타니가 빅리그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투타를 겸업하기보다는 ‘한 우물만 파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중에서도 타석을 포기하고 마운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다수다.

그러나 이 같은 조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타니의 기량은 투타 양면에서 고루 진화하고 있다. 올 시즌 오타니가 친 홈런은 이미 2014시즌 오타니가 세운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10개)의 두 배다. 타수 대비 홈런 개수로 치면 오타니의 홈런 페이스(12.2타수 당 1개)는 일본프로야구 홈런 1위인 외국인 타자 브랜든 레어드(29·14.9타수 당 1개)를 뛰어넘는다. 오타니는 과거 2할 대에 머물던 타율도 0.340으로 끌어올렸다.

마운드에서도 위력은 여전하다. 28일까지 8승 4패를 기록하며 시즌 개막 전 목표로 세웠던 20승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평균자책점은 2.02로 프로데뷔 이래 가장 낮다. 손가락 물집으로 지난달 24일 이후 한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탈삼진(78개)도 예년 못지않다.

가장 중요한 건 오타니 스스로가 투타 모두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오타니는 일찍이 투타겸업 논란에 대해 “나는 처음부터 투타 겸업을 했다”며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또 국제대회에서 주로 마운드에 올라왔던 것과 달리 내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투타겸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오타니의 현재를 함께 즐기는 게 속 편할 거란 이야기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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