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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최영훈의 법과 사람]우병우, 벼랑 끝의 풀뿌리 잡고 버틸 건가

입력 2016-07-23 03:00업데이트 2016-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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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이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그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말했다. 이 발언은 궁지에 몰린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는 해석이 유력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의 정당성을 역설한 뒤 ‘대통령 흔들기’를 그만하라고 강조하면서 참모들에게도 흔들리지 말 것을 새삼 당부하려는 뜻일 게다.

이날 오후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지인에게 의외의 전화가 왔다. “민정 쪽에서 나온 얘긴데 우 수석 후임을 스크린하고 있다.” 대통령이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참모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강하게 시사한 뒤다. 우 수석을 명백한 불법의 증거 없인 자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그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우 수석은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자청해 의혹을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되레 의구심만 증폭시키는 결과가 나오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정치권과 언론의 전방위 공세로 우 수석이 심적 압박을 못 견디고 결국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밀려서 하는 인사를 싫어한다. 이번에도 그런 원칙을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론의 반대가 아무리 거세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는 흔들림 없는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고 다수의 측근들은 전한다.

어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을 국회 운영위에 출석시켜 의혹을 해명할 기회를 제공할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우병우 구하기 작전에 말려들지 않겠다”며 ‘시간 벌기 꼼수’라고 일축했다. 박 원내대표는 “운영위가 아니라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맞는 말이다.

중구삭금(衆口삭金)이란 말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온다.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이다. 서민들은 하루 생계를 이어가기 고단한 삶을 살고 자식들은 일자리조차 못 구하고 군대 가도 험한 보직만 맡아 생고생을 한다. 반면 우 수석이나 그의 도움을 받아 승진했다는 말이 나오는 진경준 검사장 같은 무리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현실 앞에선 분노하고 절망한다.

진경준의 비리가 집권당의 4·13총선 참패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30대 젊은 샐러리맨들은 주식 대박으로 100억 원대가 넘는 치부를 하고도 무탈하게 검사장 승진을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가 “개인 간의 주식 거래” 운운하는 말로 그를 감싼 것에 격노했다.

지금 민심은 흉흉하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의 비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도 나돈다. 왕조시대에도 민(民)을 끝내 이기는 군주는 없었다. 민주공화정에서 여론을 경청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는 결국 설 자리가 없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는 말도 나온다. ‘잘라야 할 것을 자르지 않으면, 반드시 재앙이 닥친다’는 뜻이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말해야 통할 것 같지 않다. 박 대통령이 18년 전 외환위기 때 펴낸 저서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의 한 대목을 인용해 비장하게 우 수석을 두둔한 마당이다.

결국 우 수석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늦으면 본인도 더 망가지고, 충성을 바친 대통령과 국정을 더 흔들어 놓을 판이다. 벼랑 끝에 매달려 풀뿌리 붙들고 있을 텐가.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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