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톡톡]“가시지 않은 세월호 후유증… 참 힘든 한 해”

동아일보 입력 2014-12-05 03:00수정 2014-12-05 07:5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앞만 보고 달려온 1년… 12월에는 즐겨야죠”
“인생 2모작 - 취업 준비… 연말 기분은 사치”
“몸도 마음도 지쳐… 조용히 집에서 지낼 계획”
《 올 한 해 우리는 참 힘들었습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이보다 더 들어맞을 수 있을까요. 경악하고 분노하고 애태우며 한 해를 보냈지만, 이렇게 2014년을 마감하긴 아쉽습니다. 아직 12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던 12월 첫날, 털실 도매시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첫눈이 내렸으니 손님도 좀 오시려나”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연말 대목을 기다리는 할머니처럼 손꼽아 기다려 온 연말 계획 있으신가요? 애인과 함께 맞는 생애 첫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20대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50대까지 각양각색 사연 있는 시민들의 연말 계획을 들어봤습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열심히 살았지만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다. 아이들에게 규칙만 강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어른들의 말을 믿은 죄밖에 없는 아이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24·여·고교 교사)

―노후대책으로 올해 식당을 열었다.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개업하고 나니 정말로 힘들다. 경제는 도통 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괜히 시작했나 싶다. 노후대책은커녕 있는 돈도 다 까먹게 생겼다. (57·여·백반집 운영)

주요기사
―개인적으로 큰 탈 없는 한 해였다. 하지만 대형 참사가 잇달아 발생한 데다 정치권까지 역사상 최악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맘이 온전히 편안하겠는가. 아마도 2014년은 가장 힘든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제발 2015년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45·중견기업체 사무직)

―세상이 치사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다들 돈밖에 모른다. 돈 없으면 사람 취급도 안 한다. 택시 운전하면 그런 꼴 많이 본다. 하루 종일 택시 몰다 보면 내가 사람들이 밀치는 대로 둥둥 떠다니는 죽은 물고기 같다. 연말이면 더 서럽다. (68·택시 운전사)

―공무원 시험을 치려고 직장을 관뒀다. 고시원에서 총무로 일하며 공부하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좁은 방에 앉아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미래가 걱정된다. 벌써 2014년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년엔 시험에 합격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35·취업준비생)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연초에 결혼, 전셋집 마련, 교육 봉사, 대학원 준비를 계획했는데, 대학원 진학을 빼고는 모두 이뤘다. 무엇보다 오래 만나온 여자친구와 결혼해 기쁘다. 틈틈이 봉사활동도 했다. (28·제약회사 근무)

“남은 한 달이 가장 바빠… 그래도 행복해요”

―제법 큰 공연장에서 홍보를 담당한다. 연말엔 공연이 특히 많아 나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다.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도 못 먹고 야근하기 일쑤다. 내 일이니까 이 악물고 하지만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쓸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32·여·공연장 홍보담당)

―12월은 그야말로 대박 달이다. 바빠도 일할 맛 나는 달이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꽃을 주고받는 일이 많으니까.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날엔 남자 손님으로 매장이 꽉 찬다. 연말 행사가 많은지 회사에서도 주문량이 꽤 많다. 매출 팍팍 올리는 일만 남았다. (31·여·꽃집 운영)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에 실무 면접을 봤고, 잘 된다면 직무적성검사, 임원면접도 보게 된다. 12월엔 면접 준비로 꽤 바쁠 것 같다. 기사나 새로 나오는 책들을 다 살펴보려면 시간이 모자란다. (30·소프트웨어 개발자)

―내년 마흔이 되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대학원 시험을 봤는데 덜컥 합격했다. 결혼하고 애 셋 키우느라 책 놓은 지 오래다. 슬쩍 걱정이 돼 합격 통지 받고 전공 책을 대여섯 권 샀다. 한 달간 이 책을 다 읽는 게 목표다. 연말이고 뭐고 내겐 없다. (39·여·주부)

―연초 운동 계획은 매년 실패했다. 이번에는 한 달 일찍 시작해 보려 한다. 겨울에 운동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운동 시작한 지 이제 열흘 됐는데,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다. (28·여·취업준비생)

―식당을 내년 초 개업한다.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는 한 달이 될 듯하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니 설렌다. (50·예비 음식점 운영자)

―6일 임용고시만 끝내면 12월은 자유다. 집―도서관―집―도서관만 반복하는 생활에 지쳤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보고 못 봤던 드라마, 영화도 몰아 볼 거다. 여행도 계획 중이다. 1년 동안 고생했으니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 (25·여·임용고시 준비생)

앞만 보며 달려온 1년… 신나게 즐겨야죠

―대출 빚을 드디어 다 갚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 죽도록 일만 했다. 집에다 선포를 했다. 12월에는 원 없이 놀고 싶다고. 아내도 순순히 그러라더라. 주말엔 사회인 야구를 하고 평일엔 퇴근해서 직장인 밴드 활동도 시작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45·공무원)

―외국 본사에서 연말 휴가 모드에 돌입했다. 연차를 몰아 12월에 3주간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스키를 탈 것이다. 일이 힘들 때면 연말 휴가만 떠올리며 버텼다. 며칠 안 남았다. (31·외국계 회사원)

―남자친구와 맞는 첫 연말이다. 12월 계획을 하루에도 수십 번 세웠다 엎기를 반복하며 짰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12월이 될 것 같다. 꺅. (25·여·직장인)

―작년엔 클럽에서 커플모임을 했는데, (외모 등의 이유로)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다. 악에 받쳐 3개월 전에 운동을 시작했다. 그 사이에 지방만 5.8% 빠졌다. 만족한다. 이제 핫한 연말을 즐길 일만 남았다. (24·여·직장인)

―신입사원으로 올 한 해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점점 무기력해진다. 나 자신에게 활력을 선물하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12월에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한다. 겨울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새해를 맞이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준비할 거다. (25·여·직장인)

“나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어요”

―낙엽 떨어지는 거 보면 마음이 심란하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거밖에 없다. 이 나이쯤 되면 연말이 크게 의미 없다. 젊은 사람들이야 앞길이 창창하니 즐겁지. 우리야 앞으로 나이 들어 병 들 일밖에 더 있나. (66·건물 관리인)

―연말엔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전화 끄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지내봤으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12월에도 베이징에서 살다시피 할 것 같다. 곧 출장을 가는데 일이 언제 마무리될지 몰라 항공권을 편도로만 끊어뒀다. (28·무역업)

―졸업이 코앞이라 연말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연말이면 친구들과 부어라 마셔라 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생각도 여유도 없다. 내년 4월에 관세사 시험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12월도 늘 그렇듯 도서관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26·대학생)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연말 계획이라곤 연구실 송년회가 전부다. 일요일을 제외하곤 일주일 내내 학교에 간다. 오전 9시 연구실에 도착해 오후 10시 반까지 공부하고 일하는 생활의 연속이다. 12월 한 달도 마찬가지다. (26·대학원생)

―올해 첫째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1년 동안 병원을 학교처럼 다녔다. 그런 아이 뒤치다꺼리에 나도 지쳤다. 쉬고 싶다는 말이 입버릇이 됐다. 연말 모임? 작년에 봤는데 또 봐야 하나 싶다.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다. (52·여·주부)

―12월엔 평균적으로 한 주에 두 개 정도 모임이 잡히는데 솔직히 부담된다. 회사 모임, 동창 모임, 다 친목 도모라는 이름으로 모이는데 사실 술 마시는 것밖에 없다. 이런 모임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눈치 싸움이고 업무의 연속이다. 연말은 피곤하다. (33·직장인)

“2014년이 가기 전에 추억 하나 만들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20대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앨범을 만드는 것. 그래서 매년 연말이면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며 친구 여섯이서 서로 사진을 찍어 준다. 우리들만의 연말 행사다.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봐 온 친구들이라 서로의 모습을 잘 안다. 사진사가 찍어주는 사진과는 다른 사진이 나온다. (25·여·간호사)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같이 놀아주지 못했다. 연말엔 아들에게 아빠와 함께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들이 매일 집 근처 공원에 나가자고 했는데 매번 못 가줬다. 꼭 짬을 내 아들과 공원도 가고 교외로 소풍도 다녀오겠다. (33·직장인)

―골드미스 절친 3인방 친구들과 제주로 ‘결혼 안 하기 동맹’ 기념 여행을 떠난다. 마흔 넘은 나이에 결혼에 목매지 말고 서로 의지하며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동맹을 깨면 남은 친구들에게 가방 하나씩 돌려야 한다. 아, 제발 내년엔 친구들에게 가방 사줄 일이 생겼으면…. (41·여·금융인)

―캐나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연말을 맞아 온 가족이 귀국했다. 아이들이 한국 문화와 역사를 접하도록 마련한 시간이다. 세종대왕이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번 기회에 많이 가르쳐주고 싶다. 당장 경복궁 덕수궁 같은 고궁부터 데려가려 한다. (39·캐나다 거주)

―딸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벌써 사춘기인지 아빠랑 말을 안 하려 한다. 내년에 중학교 들어가면 같이 저녁 먹을 시간도 더 없을 텐데, 이번 연말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려 나중에도 아빠를 많이 기억하게 해주고 싶다. (44·직장인)

오피니언팀 종합·도혜민 인턴기자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세월호#한 해#12월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