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여경 채용 때 ‘처녀성 검사’” 폭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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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여성이 경찰이 되려면 반드시 '처녀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가 18일 "여성에 대한 모욕이자 차별"이라며 시정을 촉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처녀성 검사'는 신체검사의 일부로 인도네시아에선 여경 채용의 공식 절차다.
인도네시아 경찰 공식 홈페이지에는 "여성 경찰이 되려면 일반적인 의학적·신체적 검사 외에 처녀성 검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여경이 되고 싶은 모든 여성은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까지 하고 있다.

HRW는 인도네시아 6개 도시의 현직 여자 경찰들 및 여경 지원자들과 가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의사들은 이러한 처녀성 검사가 실제 처녀인지 여부를 알아내는데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현직 여경 및 여경 지원자들 모두 두 손가락을 여성의 중요 부위 안에 넣어 처녀막이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검사를 거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경 지원자(24)는 "처녀성 검사를 받은 뒤 더는 처녀가 아닌 것 같아 두려웠다. 그들이 내 그곳에 손가락을…"이라며 " 정말 상처 받았다. 심지어 내 친구는 기절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경 지원자 20명이 모두 처녀성 검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경찰의 처녀성 검사는 매우 오래된 관행으로 한 퇴직 여경은 1965년 경찰에 입문할 때 자신도 그 검사를 거쳤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경찰 40만 명의 약 5%가 여경이다.

HRW는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이 '처녀성 검사'가 폐지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경찰 대변인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여경 채용 때 처녀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다만 남녀 지원자의 생식기 검사는 한다. 하지만 처녀성 검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HRW는 여경 채용 시 처녀성 검사를 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이집트와 인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비슷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HRW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가부장적인 태도로 인해 이러한 검사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더는 존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단일국가 중 이슬람 신자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처녀성과 관련한 문제가 종종 불거진다. 작년 남수마트라 주의 한 교육위원은 여학생의 고등학교 입학 때 처녀성 검사 실시 계획을 밝혔다가 해임됐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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