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46>后稷이 敎民稼穡하야 樹藝五穀한대 五穀이 熟하고 而民人이 育하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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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중국의 문명을 인류 문명의 중심으로 여겼으며, 중국의 문명은 聖君(성군)들이 개척했다고 믿었다.

맹자는 정치가의 표본으로 성군들을 제시했다. 우선 堯(요)는 舜(순)을 등용하여 인류 문명을 열게 했다. 舜은 益(익)으로 하여금 불을 맡게 했는데, 익은 산택에 불을 질러 禽獸(금수)를 중원에서 쫓아냈다. 다시 舜은 禹(우)로 하여금 治水(치수)를 맡게 했다. 禹는 황하 하류의 여러 지류를 소통시키고 양쯔강의 지류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后稷은 농사의 일을 맡아 백성들에게 농사법을 가르쳤다.

后稷은 본래 농사를 맡은 관직의 이름이다. 그런데 周나라의 조상으로 이름이 棄(기)인 사람이 이 관직을 맡아보았으므로, 그를 후직이라고 부른다. 稼穡의 稼는 곡식을 심는 일, 穡은 익은 곡식을 거둬들이는 일이다. 樹藝의 樹는 곡식을 심는 일, 藝는 곡식을 길러 자라게 하는 일이다. 而는 순접의 연결사다. 育은 成育(성육)으로,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잘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남도민요 ‘농부가’에 ‘여보시오. 농부님들, 이 내 말을 들어 보소. 어와, 농부들 내 말을 듣소. 神農氏(신농씨) 만든 쟁기, 좋은 소로 앞을 매여 上下坪(상하평) 깊이 갈고, 后稷의 本을 받아 百穀(백곡)을 뿌렸더니, 容成(용성)의 지은 冊曆(책력) 夏時節(하시절)이 돌아왔네’라는 부분이 있다. ‘후직의 본을 받아 백곡을 뿌린다’는 말은 여기서의 ‘후직이 백성들에게 곡식 심고 거둬들이는 법을 가르쳐서 오곡을 심고 가꾸게 하자 오곡이 익고 백성들이 잘 길러졌다’라고 하는 뜻과 통한다. 참고로 용성은 三皇五帝(삼황오제) 때 이미 존재했던 부족인 容成氏(용성씨)로 하나라 때 독자적인 나라를 세우고 은나라 때 제후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용성씨의 나라에서는 행인들이 기러기 행렬처럼 장유의 순서에 따라 늘어섰으며, 책력이라든가 도량형 기구 따위가 정비되었다고 한다. ‘농부가’의 흥겹고 힘찬 노래를 들으면 농사를 귀하게 여겼던 선인들의 생활의식에 깊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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