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30년 구두장인들… 대학생도 배우러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서울 성수동 수제화 골목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중소기업센터 내 수제화 교육장에서 교육생들이 장인에게서 구두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성동구 제공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중소기업센터 내 수제화 교육장에서 교육생들이 장인에게서 구두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성동구 제공
지난해 이맘때쯤 SBS 인기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등장한 남자 주인공 현빈은 이탈리아에서 40년간 트레이닝복만 만든 장인이 손수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서울 성동구에 가면 드라마 속 ‘트레이닝복 장인’도 울고 갈 수제화 장인들이 모여 정성껏 구두를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 성동구 성수동 도심 한복판에 커다란 노란색 하이힐 모형이 있는 곳에서 시작되는 구두 골목에는 아직도 손수 명품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땀 냄새가 풍겨오는 듯하다.

○ 국내 수제화 메카의 영광을 되찾다

600여 개 구두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는 성수동 일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구두 생산량의 80%를 책임지던 ‘구두의 메카’였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은 뒤 값싼 중국산 구두가 밀려들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성동구는 성동제화협회와 손잡고 다시 한 번 이곳을 수제화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앞에 132m²(약 40평) 규모의 ‘서울시 성수동 수제화 공동판매장’을 개설해 70여 개의 제화업체가 참가한 마을기업을 선보였다. 30년 경력의 수제화 장인들이 만든 양질의 구두를 수수료 거품을 빼고 10만∼15만 원에 판매하자 한 달에 1000켤레 가까이 팔려나갔다. 한 달 평균 매출이 1억 원을 넘나들 정도다.

성동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2월 영세 제화업체의 인력난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판매장 인근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를 개관했다. 이 교육장에서 숙련공을 배출해 관내 수제화 업체에 100% 고용될 수 있게 한 것. 매년 30명의 수제화 전문 인력을 키워낼 계획이다.

○ 수제화 전문 인력 양성소로

19일 찾은 이곳에서는 25년 이상 경력의 수제화 장인 5명이 교육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날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가죽 냄새, 접착제 냄새가 뒤엉킨 이곳에서는 교육생 2명이 가죽을 자르고 두드리며 구두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올해 1기 교육생으로 선발된 13명 중 한 명인 고종현 씨(25)는 “공대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 고민을 하던 중 수제화 교육장에 대한 소식을 듣고 졸업 후 이곳을 찾았다”며 “이곳에서 배운 수제화 기술을 바탕으로 나만의 구두 브랜드를 만드는 세계적 장인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장인정신이 투철한 분들께 기술을 배울 때마다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30년 동안 수제화를 만들어온 강사팀장 김영대 씨(47)는 “수제화 장인들이 고령화돼 젊은 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강의에 나서게 됐다”며 “후배 양성과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곳이 우리나라 수제화의 진정한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성동구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수제화 교육 사업을 홍보해 결혼이민자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동구 도선동 다문화지원센터와 연계해 수제화 기술 교육을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우리나라 수제화 품질은 이탈리아 명품 구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며 “앞으로 성수동 수제화 거리 일대와 연계한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주민이 직접 디자인한 수제화를 만들 수 있는 구두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황지현 인턴기자 경희대 행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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