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처럼… 김정은, 인민들과 거침없는 신체접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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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사진 전문 기자가 본 ‘사진 속의 北 이미지 정치’

나이 든 군인과 팔짱을 끼고, 병사들과 귓속말을 하고, 어린이들의 뺨을 어루만지고….

최근 북한 매체가 공개하는 사진과 화면 속에서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과감한 제스처와 거침없는 신체접촉이 자주 눈에 띈다. 외국 정상과의 만남 이외에 대중과 악수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50세가 넘어 권력을 승계한 아버지와 달리 불과 서른 살에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이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전의 김정일에게서는 그런 사례를 찾을 수 없었던 만큼 거기엔 뭔가 ‘코드’가 숨겨져 있다.

김정일은 근엄한 표정으로 집체사진 중앙에 서거나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걷는 장면으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김정일이 군인이나 주민과 팔짱을 끼고 등장한 사진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 말 그의 사망을 얼마 앞둔 시점이었다.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최근 김정은의 모습은 아버지와는 다른 새로운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연출로 볼 수 있다. 짧은 후계자 수업 경력과 내세울 만한 업적도 많지 않은 처지에서 주민과의 친근한 관계를 과시함으로써 대중적인 이미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채널A 영상] 아버지 유훈-할아버지 이미지…‘굳히기’ 들어간 김정은

특히 이런 새로운 이미지 구축과정에서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연출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생일인 8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기록영화 첫 장면에서 그는 백마를 타고 등장한다. 백마를 탄 김일성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또 김정은은 아버지가 입던 회색 인민복 대신에 잿빛 인민복을 입고,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헤어스타일을 따라함으로써 ‘김일성 후광효과’를 노리고 있다. 뒷짐을 지고 팔자걸음을 하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가 잠시 밖으로 꺼내 설명한 뒤 다시 손을 넣는 등 김일성과 유사한 동작까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김일성은 김정일과 달리 주민들 속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악수하고 팔짱 끼고 가까이에서 서로 박수를 치는 사진이 많았다. 비록 선군(先軍)정치 등 아버지의 유훈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천명한 김정은이지만 대중적 이미지만큼은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김정일.jpg’ 저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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