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칼럼]<조벡의 할리우드 in the AD>Top 10 모델이 모바일 화보를 찍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0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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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연인에 딱 맞는 여인 ‘미란다 커’

미란다 커(Miranda Kerr)라는 모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누가 뭐래도 미국의 초대형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스 시크릿(Victoria's Secret)'을 통해서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혁신적이면서도 섹시함을 잃지 않는 디자인과 과감한 색상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모델은 최고의 몸매를 자랑하는 톱모델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발탁되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미란다 커는 실제 신장과 별개로 몸매 비율만 보자면 신이 내린 황금 비율이라 할 만큼 단연 돋보이는 완벽한 몸매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녀의 진가는 엔젤(빅토리아스 시크릿 모델을 부르는 별칭)들로만 채워지는, 1년에 한번 열리는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패션쇼 런웨이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아찔한 란제리 차림으로 캣워크를 걷는 엔젤들 중에서, 환호성과 플래시 세례를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슈퍼모델이 할리우드 배우만큼이나 인기가 높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이후, 슈퍼모델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 미란다 커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가히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모든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미국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스 시크릿\' 모델로 출발해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미란다 커.
미국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스 시크릿\' 모델로 출발해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미란다 커.

▶빅토리아스 시크릿 여신 → 세계적인 모델 → 스타일 아이콘으로

빅토리아스 시크릿을 대표하는 여신으로 세계적인 모델로 등극한 그녀이지만, 이제는 그녀를 빅토리아스 시크릿 모델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금은 다른 어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못지않은 파파라치를 몰고 다닐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말이다.

대 히트 시리즈 영화인 '반지의 제왕'의 금발 전사 '레골라스'로 혹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윌 터너' 역으로 유명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 올랜도 블룸(Orlando Bloom)과의 핑크빛 로맨스 이후 그녀는 말 그대로 파파라치의 제 1표적이 되었고, 곧 바로 이어진 결혼과 출산은 그녀를 파파라치 사진계의 여왕으로 등극시켰다.

신기한 점이 하나 있다면, 미란다 커는 이 파파라치 사진들을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배우를 독차지한 여인에 대한 여성팬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받기보다는, 일상에서도 미모와 몸매의 우월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오히려 전 세계 여성들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더욱 사랑 받게 된 것이다.

출산 이후 더욱 완벽하게 돌아온 몸매는 많은 여성들이 기함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으며, 거기에 남편과 자신의 우월한 유전자를 오롯이 물려받은 듯한 잘생긴 아들 '플린'의 사진까지 더해지면서 뭇 여성들을 부러움의 극치에 도달하게 하기도 했다.

사실 미란다 커는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몇 안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의 한 모바일 화보 업체가 미란다 커의 섹시한 자태를 담은 모바일 화보를 제작하면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그녀를 한국으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방문과 함께 대대적인 홍보가 시작되었는데, 공중파 방송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필두로 각종 매체 전반에 미란다 커에 관한 기사가 실리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또한 한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등장하기도 하고, 한국식 별명인 '미란이'를 연발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되었다.

사실 당시 필자는 미란다 커가 왜 섹시한 자태로 등장하는 모바일 화보를 수락했으며, 또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언론 노출도 전혀 규제하지 않은 듯 해서 여러가지로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모델 랭킹 톱 10에 드는 세계적인 톱 모델이, 최고의 에이전시라 불리는 IMG 소속인 그녀가 어째서 그런 결정과 행보를 두고만 보고 있는 것일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Top10 모델이 모바일 화보는 왜?
그 의문은 미란다 커와 작업을 하게 된 자연스럽게 풀리게 되었다. 답은 미란다 커의 타고난 성격 때문이지 않나 싶었다. 사진을 통해,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섹시하면서도 동시에 건강하고 발랄한 미란다 커의 이미지는 바로 그녀의 성격 그 자체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더해도 별로 개의치 않고 자신이 즐겁고 좋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밝은 성격인지라, 일을 결정할 때도 최우선이 되는 것은 에이전트의 전략보다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나 없나를 먼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필자가 미란다 커와 작업을 하게 된 것도 그런 그녀의 개인적인 선호가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슈즈 디자이너 지니 킴이 새로이 런칭한 브랜드 ‘페르쉐(Perche)’의 모델로 활동한 미란다 커.
슈즈 디자이너 지니 킴이 새로이 런칭한 브랜드 ‘페르쉐(Perche)’의 모델로 활동한 미란다 커.

그녀와의 첫 작업은 슈즈 디자이너 지니 킴이 새로이 런칭한 '페르쉐(Perche)'라는 브랜드의 광고였는데 처음에 그녀의 에이전트는 한국에서 새로이 런칭 되는 슈즈 브랜드의 이미지 캐릭터 역할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디자이너 지니 킴은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특히 다량의 파파라치 컷을 쏟아내며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란다 커라는 모델에 주목해 브랜드의 모델로 기용하기를 강력히 원했고, 그래서 한국의 슈즈 브랜드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미란다 커와 그녀의 에이전시에게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이고, 무슨 이유로 미란다 커를 모델로 기용하기를 원하는 지를 프레젠테이션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미란다 커는 새로이 런칭하는 브랜드이지만, 브랜드의 컨셉트와 디자이너의 비전에 큰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계약에 이어 촬영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물론 유명한 브랜드의 캣워크나 광고 캠페인이 나의 경력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경력에 도움이 되는 것 보다는 우선이에요. 평생 이 일을 하면서 살게 될 것이라면 즐겁게 하면서 살고 싶다는 간단한 이유예요."

실제로 미란다 커가 '페르쉐' 브랜드의 광고 촬영 시 착용했던 구두나 핸드백 등을 평상시에도 자주 신고, 매고 다니는 것을 각종 파파라치 사진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을 촬영했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 브랜드이거나 고가의 상품이 아니고서야 실제 생활에서 착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리는 여타의 유명인들과는 달리, 그 상품의 가격과 명성과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에만 든다면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착용하는 그녀의 행동이 결국 클라이언트를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는 이유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미란다 커와 촬영에 임하기 전까지 필자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미란다 커를 연호하는지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캣워크를 주름잡는 전형적인 모델의 체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화보에 잘 어울리는 모델형에 가까운데다,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모델로 섹시함만 앞세워 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컸고, 거기에 할리우드 스타인 올랜도 블룸과의 결혼으로 인해 세간의 주목도가 실제 그것보다 다소 과대평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톱모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에, 긴 촬영에도 단 한번도 찡그리는 법이 없이 시종일관 웃는 태생적으로 밝은 성격, 그리고 낯설 수도 있는 스태프들과는 친화력 있게 잘 어울리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게 되면서 왜 사람들이 미란다 커, 미란다 커 그러는 지 알 것도 같았다.

한번만이라도 그녀와 함께 작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런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이전에 과대평가 되지 않았었나 하는 그녀에 대해 가졌던 선입관 아닌 선입관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출산 후 더욱 완벽해진 몸매로 돌아온 그녀

할리우드 배우 올랜도 블룸과 결혼한 미란다 커는 지난해 초 아들 플린을 낳았다.
할리우드 배우 올랜도 블룸과 결혼한 미란다 커는 지난해 초 아들 플린을 낳았다.

그간 임신과 출산으로 잠시 모델 활동의 휴식기를 가졌던 그녀가 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활동에 시동을 걸었는데, 10월에 열린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는 샤넬을 비롯 디올, 로에베, 스텔라 맥카트니, 존 갈리아노, 빅터&롤프, 랑방 등 주목도 높은 다수의 런웨이를 섭렵하면서 화려한 컴백을 예고했다.

이어 11월 말에 열린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패션쇼에도 2년여 만에 복귀해 출산한지 일년도 지나지 않은 몸매라고는 믿어 지지 않는 최상의 몸매를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을 쏘았다.

이렇게 경쟁이 살벌하게 치열한 메인스트림 패션업계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으로 한다는 그녀에게 왠지 모를 응원의 마음이 생긴다. 남편인 올랜도 블룸을 쏙 빼 닮은 아들 플린과의 시간이 너무도 즐겁지만 일 역시도 너무도 즐겁기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것이라던 미란다 커를 보면서 어쩌면 그녀 같은 사람을 두고 '만인의 연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미란이 힘내!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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