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줌인]열린우리 ‘강제적 당론’ 내홍

  • 입력 2005년 5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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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당론 결정 및 집행절차의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강제적 당론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의 타당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의원들의 반발=열린우리당 혁신위원회는 최근 주요 쟁점법안에 대해 의총 참석 의원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강제적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의원을 징계하기로 했다.

이에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비민주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20일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라며 “강제적 당론 위반 행위를 징계한다는 혁신위 결정 자체가 민주적 절차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의원 전체의 의사도 묻지 않고 징계 방안을 결정한 데 대한 비판이다.

초선인 이상민(李相珉) 의원은 아예 성명서를 내고 “강제적 당론이 소신과 다르면 결코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지도력이 부족해 의원들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단점을 강제적 당론으로 메우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론의 함정=강제적 당론에 따라 법안에 대한 찬반 표결이 이뤄질 경우 국회법이 규정한 다수결 원칙에 위배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A 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소속 전체 의원 146명이 의총에 참석해 4분의 3인 110명이 찬성하고 36명이 반대를 하면 A 법안에 대한 찬성 표결이 강제적 당론이 된다.

A 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열린우리당 의원 146명 전원이 강제적 당론에 따라 찬성하고 한나라당 소속 전체 의원 125명이 반대, 나머지 야당과 무소속 의원 28명 중 친여 성향 4명이 찬성하고 24명이 반대한다면 결과는 찬성 150표, 반대 149표로 법안통과다.

그러나 A 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소신대로 자유 투표하고 야당 등이 반대한다면 A 법안은 찬성 114표, 반대 185표로 부결될 수 있다.

김민전(金玟甸) 경희대 교수는 “당론 중심의 의결은 다수결이 아니라 소수결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론 준수의 필요성=이달 초 국회 본회의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과거사법)’ 표결 직전 열린 열린우리당 의총에선 대다수가 찬성을 하기로 박수로 동의했다. 그러나 정작 표결에서는 의원 51명이 반대표를 던져 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을 샀다. 이번에 강제적 당론을 마련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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