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遷都,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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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5일 새 수도 후보지 4, 5곳이 발표되고 8월 중에 최종 후보지가 선정된다고 한다. 당초 일정대로 추진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국가 백년대계인 수도 이전이 이렇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당초 행정수도 이전임을 거듭 강조했지만 실제적 내용은 천도(遷都)라는 것이 확실해진 만큼 정부는 이제라도 그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것은 정부의 바른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도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수도 이전을 할 경우 반드시 국민 합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70%가 수도 이전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와는 별개로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수도 이전은 국가의 명운과 장래가 걸린 사안으로 차질이 빚어질 경우 후손들에게까지 큰 부담을 준다. 때문에 특정 기간 국정을 위임받은 정권이 졸속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일본 국회가 1990년 행정수도 이전을 결정했지만 도쿄도의 반대에다 경제 불황마저 겹쳐 사실상 무산된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 정권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였던 새만금 간척사업과 부안 원전센터 및 서울시 추모공원 건립이 사실상 표류 또는 좌절된 사례도 잊어서는 안 된다.

수도 이전에 신중을 기하고 이에 합당한 법적 정당성과 국민적 동의를 획득하라고 하는 것은 이 사업의 원만한 진척과 성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먼 훗날, 추진세력들의 역사적 안목과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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