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명콤비’ 감독-스타의 우정과 배신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7시 48분


영화 ‘친구’의 감독과 주연 배우이자 실제 친구 사이인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이 법정 공방을 일으켜 ‘친구가 원수가 됐다’는 말을 낳고 있다.

1966년생 말띠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친구’로 전례없는 흥행의 기쁨을 누리고 난 뒤 정말 친구가 됐고 영화 ‘챔피언’을 함께 만들며 우정을 더욱 돈독히 했다. 곽 감독은 ‘챔피언’의 주연으로 유오성외 다른 배우는 안중에도 없었고, 유오성도 다른 작품 활동을 모두 중단한 채 ‘챔피언’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영화 ‘챔피언’의 성패를 떠나 홍보 협조나 영화 장면을 광고에 사용한 것에 대한 사전 동의, 일련의 고소 사건과 이에 따른 협박 여부를 둘러싸고 두사람 사이에 불미스런 사건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결론은 어차피 법이 내리겠지만 당사자 간의 합의로 화해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어쨌든 잘잘못을 떠나 우정과 의리로 똘똘 뭉쳤던 이들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비천무’의 김영준 감독과 영화배우 신현준 콤비도 절친한 사이이다. 이들은 1968년 생 원숭이띠 동갑이다. 신현준은 ‘비천무’ 기획 당시 마땅한 감독을 찾지 못한 제작자에게 김영준을 소개했고 그의 재능에 보증을 섰다. 김 감독은 현재 준비중인 차기작(역시 애절한 사랑을 그린 무협물)에 친구이자 은인인 신현준을 캐스팅 0순위에 올려 놓았다고 하며 신현준도 김 감독의 캐스팅 요구에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다.

영화 ‘일단 뛰어’로 신선한 재능을 선보인 조의석 감독은 주연 배우였던 송승헌과 동갑인 1976년생이다. 조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최연소 합격생 출신으로 수편의 단편 영화를 찍었고, 졸업 작품인 ‘판타 트로피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일단 뛰어’로 ‘일단’ 충무로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지만 최근 그는 잇따른 영화 연출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

“죄송하지만 작품을 맡을 수 없습니다. 제가 곧 군대에 가야 되거든요.”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개런티에 불만이 있다거나, 아니면 다른 작품을 준비하느라 못하겠다는 감독은 많아도 군대 때문에 감독을 맡기 어렵다는 것은 처음이라는 게 충무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만큼 이른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은 젊은 감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조금씩 욕심을 버리고 순수한 영화사랑만으로 뭉친다면 스타와 감독의 우정도 길게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에서 콤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백발의 명장 감독들이 왕성하게 작품을 연출하고, 환갑을 넘긴 배우가 아직도 멜로 영화의 주인공을 하고 있는 할리우드처럼 말이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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