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네티즌 가십에 멍드는 연예인들

  • 입력 2002년 9월 23일 18시 09분


유명인에 대한 소문이나 잡담 거리를 일컬어 가십(gossip)이라고 한다. 연예인에 대한 가십은 언제나 흥미로운 화제가 된다.

한가위와 같은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거나 동창회 같은 모임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면 스타들은 물론 필자처럼 연예계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여러 가십을 확인해오는 질문을 받게 된다.

“여자 배우 중에 누가 가장 예쁘냐”는 질문은 아주 점잖은 편이고, “모 여배우가 턱을 깎았다던데 사실이냐” 는 등의 질문이 들어오면 벌써 대답하기가 곤란해진다.

“고소영과 전지현이 같은 CF에 출연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던데 사실이냐”는 혼자만의 추측성 헛소문을 진지하게 물어보는 이도 있다. “두 사람은 신경전을 벌인 적도 없고 오히려 친하게 지낸다”고 일일이 해명을 하다보면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성폭행 비디오에 나온다는 C양이 누구냐” “모 여자 연예인이 임신중절했다는 소문은 사실이냐” “오현경은 결혼을 한 거냐, 안 한 거냐” “박신양은 파혼안하고 결혼을 강행하는거냐” 등의 질문에 이르면 대답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은 연예계 관련자의 입을 통해 가십거리중 하나라도 진위를 확인한 뒤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 거리를 건져가려고 한다.

더구나 인터넷이 생긴 이후 익명성을 앞세워 마구잡이로 유포되는 가십으로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영화배우 김승우는 최근 한 신문에 열애설이 실려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기사를 게재한 신문사 측에서는 “확실한 제보자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에는 두 사람이 어디에서 만났다는 등 구체적인 정보가 실려 있는데, 정작 두 사람은 전화 통화 한 번 한 적 없고, 우연히 마주친 적도 없다고 김승우는 주장하고 있다.

박신양은 인터넷에 나돌았던 소문에 흔들리지 않고 예정대로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가 공인이 아니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결혼인데 단지 그가 유명 배우라는 이유 때문에 신부에 대한 온갖 음해성 글들이 올라와 평생을 함께할 인연을 놓칠 뻔 했다.

송승헌은 갑작스럽게 트위스트 김이 친아버지라는 황당한 소문 때문에 화목하게 지내오던 가정에 풍파가 일 뻔 했다.

가십을 즐기는 이들은 남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지 모르나 가십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는 그것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에 가십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거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다면 그 당사자들은 어떤 보상을 받아야 할까.

인터넷은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지 남을 험담하는 곳이 아니다. 어린 시절, 동네 담벼락에 ‘철수와 영희가 사귄다’는 식의 스캔들 낙서가 많았던 기억이 난다. 담벼락의 글씨야 지우면 그만이지만 인터넷을 통한 헛소문은 미처 삭제하기도 전에 대중들에게 확산된다. 네티즌들이 헛소문을 가십거리로 즐기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연예인이나 그 주변 인물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찬 시나리오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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