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국 응원문화/덴마크]경기 즐기고 결과 승복 '롤리건 정신'

입력 2002-05-27 19:04수정 2009-09-18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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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롤리건이에요.“ 열성 축구팬을 자처한 스틴 룩 스코훠드 사장(왼쪽)이 가족과 함께 응원 연습을 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낯설고 물선 이역 땅에서 고향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반가워 어깨동무라도 하고 싶을지 모를 일이다.

레고 코리아의 스틴 룩 스코훠드 사장(35)도 이런 마음에 월드컵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완구회사인 레고의 한국 지사를 이끌고 있는 스코훠드 사장은 자신을 유별난 축구광이라고 소개했다. 어릴 적부터 축구공을 찼고 덴마크 대표팀이 싸우는 경기장을 직접 찾거나 TV로 지켜보는 일이 큰 즐거움이란다.

하지만 98년부터 호주와 뉴질랜드 근무에 이어 2000년 한국에 오면서 축구를 멀리 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컸다. 그런 그에게 이번 월드컵에서 덴마크가 한국에서 예선전을 치른다는 소식은 귀를 번쩍 뜨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덴마크는 독특한 응원문화가 있습니다. 결과에 승복할 줄 알고 승자와 패자에게 모두 박수를 보내지요.”

덴마크 축구팬의 응원에 대해 스코훠드 사장은 대뜸 ‘롤리건 정신’을 강조했다. 롤리건(Roligan)은 ‘조용하다’는 뜻을 지닌 덴마크어 ‘Rolig’에서 따온 신조어. 훌리건이 난동을 일삼아 훼방꾼으로 배척되는 반면 롤리건은 편안하게 경기 자체를 즐기는 덴마크 축구팬을 일컫는 말이다.

롤리건은 1980년대 초반에 태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덴마크 대표팀 모르텐 올센 감독이 현역으로 뛸 때인 1984년 유럽챔피언스컵에서 팀이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에 오르면서 롤리건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룰리건은 1985년에는 모범적인 응원으로 유네스코가 주는 페어플레이상을 받기도 했다. 롤리건의 절반 정도가 전문직 종사자 또는 공무원이며 평균 연령이 30대로 폭력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과 축구 클럽 회원이 많은 것도 롤리건의 특징.

그렇다고 롤리건이 무미건조한 것은 결코 아니다. 덴마크 국기 색깔인 흰색과 붉은색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거나 유니폼 차림으로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위 아 레드(We are Red) 위 아 화이트(We are White) 위 아 대니시 다이너마이트(We are Danish Dynamites)”라는 응원 구호와 함께 ‘힘내라’는 뜻의 “해야 덴마크, 콤사 덴마크”라는 슬로건이 경기장에 메아리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카페나 바 등에 몰려가 밤새 맥주를 들이키며 흥겨운 파티를 갖는다. 덴마크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사교의 중요한 수단이며 축제라는 것이 스코훠드 사장의 설명.

이번 월드컵에 1500명의 덴마크 응원단이 한국을 찾게 돼 롤리건의 면모를 직접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스코훠드 사장도 150명의 직원과 함께 다음달 6일 덴마크와 세네갈과의 경기가 열리는 대구월드컵경기장을 찾아 평소 갈고 닦은 응원실력을 펼쳐낼 계획. 스코훠드 사장이 내놓은 덴마크의 예선 전망은 우루과이와 세네갈전에서 승리하고 최강이라는 프랑스와는 비겨 2승1무로 16강에 가볍게 진출한다는 것.

스코훠드 사장은 “붉은 악마의 열성적인 활동에 힘을 얻은 한국 대표팀의 실력이 부쩍 늘어었다”며 “롤리건이 한국 축구팬에게도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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