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김호진, 첫출연 분위기 적응못해 땀 뻘뻘

입력 2001-07-25 18:46수정 2009-09-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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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막연히 연기자를 꿈꾸던 나는 서울예전 영화과에 입학했고 1991년 봄, KBS 탤런트 공채 14기 시험에 응시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나의 데뷔작은 청소년드라마 KBS ‘맥랑시대’였다. 대학을 졸업한 내가 순진한 고교생으로 또래 친구들과 모여 다니며 학교생활의 해프닝을 연기하면서 ‘연기라는 것이 나이를 초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맥랑시대’는 첫 작품이어서 어떻게 끝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대사 외우랴, 카메라 신경쓰랴 진땀 흘리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굿모닝 영동’ ‘당신이 그리워질 때’ ‘폴리스’ 등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연기에 대한 맛을 알게 됐고 김호진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94년 나는 KBS ‘젊음의 행진’의 MC도 맡았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었던 나는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웠다.

KBS 일일극 ‘당신이 그리워질 때’(95년)에 매달리고 있을 때 KBS 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DJ 제의를 받았다. 매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생방송을 해야 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지만 DJ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계속 되는 스케줄에 피곤해서 코피가 쏟아지거나 목소리가 잠길 정도였지만 나 홀로 진행하는 스튜디오 안에 있으면 행복했다. 웃음과 감동이 담긴 엽서를 읽으며 세상사는 사람들과 정을 나눈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연기했던 많은 인물들과 드라마는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고 재산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MBC ‘내가 사는 이유’(98년)다. 평소 존경하던 윤여정 선배님의 추천이 있었기에 무조건 출연을 결심했다. 부드러운 역할만 해왔던 내가 ‘3류 건달’ 연기를 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나문희, 손창민 같은 선배와 김현주, 강성연 등 후배 연기자들과 호흡이 너무 잘 맞아 재미있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요즘 나는 KBS 일일극 ‘우리가 남인가요’에서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로 돌아왔다. 하지만 늘 파격적인 연기를 보일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연기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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