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메디컬&로]위암을 장염으로 오진 "위자료" 판결

  • 입력 2000년 10월 3일 18시 36분


황아란씨(여·36)는 속이 메스껍고 답답해 지난 1월말 내과의원에서 급성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진통제와 소화제를 처방받았다. 그후 3차례 병원 진찰을 받고 한달 가량 약을 더 먹었는데도 증세의 호전이 없었다.

병이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자 의사는 “혹시 약을 거른 것 아니냐”며 오히려 핀찬만 주었다. 헛구역질과 복부불쾌감은 더욱 심해졌고 몸무게가 5kg이나 빠져 3월말 정밀검사를 부탁했다.

내과의사는 위내시경검사를 하면서 “위 안이 깨끗하다”면서 모니터까지 보여줬다. 이어 “신경과민으로 인한 소화불량 같다”며 신경안정제를 추가로 지어줬다.

안정제 때문인지 약을 먹을 때는 괜찮다가 다시 속이 거북한 증세가 반복됐지만 황씨는“아무 이상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아랫 배까지 심하게 아프고 하혈증세마저 나타났다.

겁이 난 황씨는 산부인과의원에 갔다가 “자궁에 큰 종양덩어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 날로 대학병원에 입원, 정밀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는 ‘보만Ⅳ형 위암’이 자궁에까지 전이돼 치료가 불가능. 이 암은 위벽 바깥에서부터 발생해 진단이 어렵고 발견될 시점에는 이미 말기이기 때문에 치사율이 위암중 가장 높다.

법원은 ‘진단지연으로 치료기회를 잃게 했다’는 이유로 내과의사에게 1500만원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내렸다.

내시경만으로 ‘보만 Ⅳ형 위암’에 대한 100% 진단이 어렵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의 신체변화를 살펴 다른 검사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정확하게 병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찍 발견했더라면 수술이라도 해보았을 텐데…’하며 아쉬워하던 황씨 가족. 그리고 “환자들이 ‘여러가지 검사를 하면 ‘돈이나 벌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내과의사의 독백에서 의료계의 쓸쓸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www.med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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