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에세이/21세기 앞에서]미래의 경영자像

  • 입력 1997년 7월 16일 20시 43분


기업경영을 하다보면 「경영은 종합예술」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뛰어난 영화 뒤에는 반드시 명감독이 있듯이 훌륭한 경영의 뒤에는 탁월한 경영자가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기업을 발전시키는 주체는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경영자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경영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환경변화의 요구에 따라 경영자의 자질도 바뀌어 가기 때문에 딱 부러지는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 환경따라 조건도 변화 과거 60∼70년대에는 경리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인재가 대체로 경영자로 성장했다. 만들기만 하면 팔렸던 시대였기 때문에 거둬들인 수입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 경영의 요체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들어 경제가 발전하고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싸게 만들고 많이 파는 능력이 중요하게 됐고 자연히 경영자도 생산과 판매부문에서 많이 나오게 됐다. 90년대에 들어서는 고객과 시장의 니즈(Needs)에 맞는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기술과 전략부문 출신들이 경영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특정기능의 전문가만으로는 부족하다. 21세기형 경영자는 변화자체를 만들어가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내에 전파할 수 있는 철학자의 경륜이 요구된다. 아집의 철학(鐵學)이 아니라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학(柔學)을 갖춘 철학자적 경영자가 필요하다 하겠다. 21세기 미래경영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네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우선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사물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미래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직관으로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을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관리의 실패는 언제라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향을 잘못 선정한 전략의 실패는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현상에 안주하기보다는 항상 새로움에 도전하는 변화추구형 경영자가 돼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변화기피형 경영자가 더 많다. 스스로 혁신에 앞장서기는 커녕 부하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까지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좌절시킨다. 결국 부하들은 지시받은 일에만 매달리고 조직 전체적으로는 「나 몰라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된다. 또한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스스로가 고감도 고부가가치 정보의 수발신자(受發信者) 역할을 해야 한다. ▼ 통찰력 넓은 안목 갖춰야 정보의 홍수속에서 남보다 많은 정보를 먼저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해답을 알고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경영자는 비좁은 국내시장에 얽매이기 보다는 넓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적 감각은 미래의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건이다. 나는 21세기를 대비하는 경영자라면 최소한 지혜 혁신 정보력 국제감각의 네가지 조건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희(삼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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