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쾌활한 한국인 『누구나 친구』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외국인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인을 만나기 시작하면 얼마 안있어 받게 되는 질문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다보면 대답이 자동화되는 경향마저 있다. 그래도 때때로 내가 정말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다. 나는 한국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휴가차 귀국했다가 돌아올 때가 되면 내가 한국에 갈 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 한국인 친구들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은 활기가 넘치고 호기심이 많은 쾌활한 사람들이다. 영어건 서투른 한국말이건 한국인들에게 말을 붙이기란 그리 어렵지않다. 내가 처음 한국을 방문한 77년 충남의 한 기차 안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던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한복에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물었던 그 할아버지는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외국인과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20년 전인데도 벌써 「세계화」에 대해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자국의 문화와 민족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도 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그 분의 모습이 지금도 인상깊다. 또 하나 인상깊은 것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이 이룩한 놀라운 발전이다. 77년만 해도 내가 광화문 주변에서 본 높은 빌딩은 코리아나호텔과 시청 정도였는데 이제는 두 건물이 주위의 다른 빌딩에 비해 두드러질 것이 없다. 서울에서는 밤사이 새로운 고층빌딩이 세워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비즈니스 교통 건축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강한 역동성과 속도를 느낄 수 있다. 한국인들은 빠른 변화속도에 불안함을 느끼고 역사 문화를 통해 과거와의 연계를 모색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옛가치와 전통을 살리면서 동시에 변화와 발전을 받아들이고 사회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즐겨 찾는 곳은 아름다운 사찰과 고궁이다. 지난해 해인사에 갔다가 가야산 봉우리에 있는 암자를 찾았는데 그곳은 내가 이제껏 가본 곳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참, 한국에 대해 말하면서 삼계탕 얘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사무실 근처에서 삼계탕 전문식당을 찾아내고 뛰어가서 먹었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삼계탕…. 정말 맛있었다. 테리 토니<영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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