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프리즘]KBS 풍자코너 「이무기의 꿈」외압의혹

  • 입력 1997년 3월 14일 07시 53분


[김갑식기자] 「정치코미디의 봄」은 요원한가. KBS가 지난 8일부터 「웃음천국」(오후5.50)에 신설한 정치풍자코너 「이무기의 꿈」이 당초의 기획과 달리 변질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무기…」은 KBS가 자사의 드라마 「용의 눈물」의 기본구도에 현실정치 세계의 접목을 시도한 정치풍자코너(본지 3월7일자 17면보도). 차기 왕권을 노리는 4명의 왕자와 9룡(龍)으로 불리는 종친들의 세자책봉을 둘러싼 경쟁이 중심 줄거리다. 특히 4명의 왕자중 차남이 주인공으로 좀 모자란듯한 2왕자(이봉원)가 좌충우돌을 벌이는 것으로 설정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대본을 담당한 개그작가 장덕균씨는 『첫회 방영을 전후해 주변에서 이 코너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달해 왔다』면서 『당초의 기획과 달리 「이무기의 꿈」은 정치쪽보다는 사회풍자 중심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민감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 정치세계의 영향 탓인지 당초 기획의 핵심이었던 차남인 2왕자에 대한 인물설정이 극히 모호해졌다. 작가에 따르면 왕자들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9룡은 아예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빠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방영분에서 녹화를 마친 「이무기의 꿈」은 중요 대목이 편집과정에서 삭제돼 외압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삭제된 부분은 왕(이창훈)이 『이번에는 바꿔야겠지. 지난번 「수석」은 너무 모가 나서…』라는 의견을 밝힌 뒤 『원만하고 둥그런 수석(水石)이 좋겠다』는 식으로 청와대의 수석비서진 교체를 은근하게 풍자하는 대목이다. KBS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수석관련 부분은 녹화와 편집을 마친뒤 간부들이 참석한 시사회에서 삭제가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방송가에서는 『모든 성역이 무너지는 가운데 대본은 물론 녹화까지 마친 대목을 삭제하는 것은 비상식적 처사』라며 『보도도 아닌 코미디 분야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보신주의」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책임프로듀서인 안인기CP는 『수석 관련대목이 풍자보다는 직설적 표현에 가까워 정치풍자코너의 성격상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사내 간부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안CP는 또 당분간 이 코너가 정치풍자가 아닌 사회풍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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