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나이테로 '방향' 알 수 없어요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43분


이제 설도 지났으니 진짜 한 살 더 먹게 됐습니다. 어릴 때는 어서 나이가 들고 싶어 떡국도 몇 그릇씩 먹고 동짓날 팥죽에 든 찹쌀 새알심도 나이 수보다 더 먹기도 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달갑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삶의 경험이 담긴 연륜(年輪)은 늘겠지요.

최근 인터넷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는 퀴즈코너에 연륜, 즉 나이테 폭이 넓은 쪽은 어느 방향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답은 남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평지의 나무는 나이테가 거의 원형에 가까워 방향을 찾을 수 없으며, 경사진 곳에 있는 경우에는 나이테가 타원형이 되지만 이 경우에도 남북방향과 상관없이 산 아래쪽이나 정상 쪽만을 가리키므로 나이테만으로는 방향을 알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김규혁 교수에 따르면 나무는 지구중심에 수직으로 자라는데 산기슭에서처럼 수직방향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는 생장호르몬을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분비시켜 방향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 결과 타원형 나이테가 생깁니다. 또 평지라도 가지들은 수직방향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타원형 나이테를 보인다고 합니다.

한편 침엽수와 활엽수는 이 타원형 나이테의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침엽수는 경사면 아래쪽으로 폭이 넓어지고, 활엽수는 반대로 산 정상 쪽이죠. 그러므로 만약 침엽수가 남쪽 경사면에 있을 때는 폭이 넓은 쪽이 남쪽이 되지만 북쪽 경사면에서는 폭이 넓은 쪽이 북쪽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경사면이 어느 방향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나이테만으로 방향을 잡긴 힘들다는 뜻이죠.

과학자들은 활엽수와 침엽수의 분화과정에서 생장호르몬의 작용이 정반대가 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추측도 하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고 합니다. 하긴 연륜이 그리 쉽게 드러나겠습니까. 어쨌든 괜히 방향을 맞춘다고 산에서 나뭇가지를 꺾지 말아야겠습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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