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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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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변한 태양은 점점 부풀며 수성과 금성을 삼켜버렸다. 태양은 지금보다 70배나 커진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변했으며, 지구도 그 열기에 흐물흐물 녹고 있다. 이미 인류는 지구를 떠난지 오래다. 더 시간이 흐르자 태양은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가스를 내뿜으며, 태양계를 삼켜버렸다. 이제 태양은 아름다운 성운으로 바뀌며 사라지고 있다.
태양은 이처럼 극적으로 삶을 마감한다. 태양의 잔해인 구름과 같은 성운은 멀리서 보면 마치 별처럼 보여 ‘행성상 성운’으로 불린다. 적색거성에서 행성상 성운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아직 많은 것들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별의 진화 과정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이 과정을 한국인 과학자가 규명했다.죽어가는 별이 마지막 불꽃을 태워 성운을 만든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낸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형식 박사팀은 천문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 학술지인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최근호에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을 잡지의 표지 사진과 함께 발표했다.
지금까지 별은 적색 거성에서 수십 만년에 걸쳐 성운으로 변하면서 조용히 죽어가며, 적색 거성에서 빠져나간 가스들이 모여 성운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형 박사는 “성운의 중심별에서 소량의 가스가 분출되고, 이 가스가 성운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형 박사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고양이 눈 성운’(NGC 6543) 자료를 분석해 이를 밝혀냈다. 고양이 눈 성운에 대한 많은 관측 자료가 있었지만 그동안 성운의 진화 과정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지 못했다. 오랫동안 행성상 성운을 연구하던 형 박사는 별의 진화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든 뒤 관측 자료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성운 바깥쪽의 높은 온도와 성운의 색깔 등 기존 이론이 설명하지 못했던 특이한 현상도 증명해냈다.
수소 연료가 바닥나 적색거성이 된 태양이 목성 근처까지 부풀면, 적색거성의 거죽에서 가스가 중력을 이기고 우주 바깥으로 새어나간다. 현재 태양 질량의 80%가 빠져나간다. 이 가스들이 태양계의 10배 크기로 퍼지면서 태양은 행성상 성운이 된다.
형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성운 중심별에서 가스가 나오고, 이 가스가 만드는 충격파 때문에 성운 바깥쪽이 오히려 온도가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성운의 온도는 약 8500℃도지만 성운 바깥은 1만5000℃에 달한다. 특히 성운의 중심별은 때때로 초신성이 폭발하는 수준의 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이 새로 밝혀졌다. 가스를 내뿜은 중심별은 작은 백색왜성이 돼 최후를 맞이한다.
행성상 성운이 다양한 색깔을 띠는 것도 중심별에서 나온 가스 덕분이다. 이 가스가 성운과 부딪쳐 색깔을 내는데 성운에 질소가 많으면 빨간색, 산소는 초록색, 헬륨이 많으면 파란색을 띤다. 태양이 죽으면서 남긴 마지막 불꽃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체인 성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다.
형 박사는 “행성상 성운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 우리 태양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죽을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