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즐거움 20선]<19>내 생애 꼭 한 번 가봐야 할 걷기여행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 내 생애 꼭 한 번 가봐야 할 걷기여행/스티브 와킨스, 클레어 존스 지음/넥서스

《“걷기여행은 얼마나 멀리 갈지,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 얼마만큼의 것들을 경험할지가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일상에 지쳐 허덕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걷기여행을 떠나라. 느리고 깊은 여행을 통해 주위의 모든 것이 더욱 새롭게 보이고, 에너지가 샘솟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걷기명소 30곳

켜켜이 쌓인 마음의 때를 벗겨주는 그런 길이 이 행성에는 얼마나 있을까. 얼음물에 담갔다가 꺼낸 듯한 공기와 바라보는 눈까지 푸르게 물들일 숲이 함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게다.

여행 작가이자 사진가인 저자들은 세계를 누비다 발견한 30곳의 걷기여행 명소를 추천한다. 여행 방법이나 순서에 정답이 있을 리 없고, 각자의 취향이 다른 점까지 고려하면 수많은 여행지 중 일부를 골라내는 것은 분명 힘든 작업이다. 저자들은 특별히 일주일 정도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길어도 2주를 넘기지 않는 곳을 골랐다.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책은 트레킹이나 산책로를 가르쳐주는 안내서는 아니다. 다만 그 길을 걷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마치 현장에 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진을 풍부하게 실은 이유다. 페루의 잉카 길과 영국의 해안 산책로처럼 유명한 곳뿐만 아니라 슬로베니아의 카르스트 컨트리 같이 비교적 덜 알려진 여행지도 감상할 수 있다.

저자들의 걷기여행에 대한 찬미는 이렇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호시탐탐 탈출의 기회를 노린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단순하고도 생생한 ‘현재’에 온전히 녹아들 기회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에도 기술이 있다면 ‘걷기’야말로 가장 고전적이고 세련된 여행기술이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간헐천에서 나오는 김과 북미의 대표적인 야생 생물을 잔뜩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완전한 평지와 높은 산, 깊은 계곡, 거품을 내며 끓어오는 강, 갑자기 폭발하듯 분출하는 온천,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폭포를 체험하면 겸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은 로마와 그리스, 비잔틴의 역사를 모두 거친 곳답게 맛있는 요리와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걷기여행지로도 그만이다. 깊은 계곡 언저리여서 곳곳에 구부러진 골목길과 계단길이 풍성하다. 이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여행지’라는 것이 저자들의 평가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교토를 소개하고 있다. 2000곳에 달하는 절과 신사가 있어 일본 종교의 심장부 역할을 하는 이 도시 속에 있는 동서남북 보행로가 그 대상이다. 각 방향으로 걸어보는 데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이 적당하다고 권한다. 또 가능하다면 교토 북쪽의 시골인 오하라를 방문해 고대 사찰 산젠인을 즐기라고 청한다. 삶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 고대 사찰의 정원이 초록빛 파라다이스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유럽에 속한 길이 많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든 루트 등 아프리카 지역 3곳, 중국의 후탸오샤 등 아시아 지역 4곳, 뉴질랜드의 루트번 트랙 등 오세아니아 지역 2곳 등도 소개돼 있다.

저자들은 걷기여행지를 소개하면서 조금은 무리한 부탁을 한다. 가능하면 이동수단으로도 걷기를 선택해 달라는 당부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점점 심해지는 기후의 변화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구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나면 재활용 습관이나 쇼핑 습관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환경보호 측면에서 바라봐도 ‘걷기여행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여행기술’이라는 저자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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