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43>君子는 易事而難說也니 說之不以道면…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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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덕을 갖춘 군자라면 그런 사람 아래서는 일하기 쉽다. 하지만 군자는 重厚(중후)하고 과묵(寡默)하므로 도리에 맞지 않게 간사하고 부정한 일로 그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 아첨을 해도 효과를 볼 수 없어서다. 군자는 또한 사람에게 일을 시킬 때 요구하는 바가 적다. 각자의 器量(기량)을 헤아려 각자에게 맞는 임무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 ‘子路(자로)’에서 이렇게 지도자론을 力說(역설)했다.

君子는 여기서는 윗자리에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易事(이사)는 섬기기 쉽다, 밑에서 일하기 쉽다는 뜻이다. 易는 平易(평이)이다. 難說(난열)은 기쁘게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說은 悅과 같아, 媚悅(미열)을 뜻한다. 說之의 之는 앞에 나온 君子를 가리킨다. 不以道는 ‘도로써 하지 않는다’로, 뇌물을 쓴다든가 아첨한다든가 하는 모습을 뜻한다. 及은 ‘∼함에 미쳐서는, ∼하게 되면’이다. 使人은 사람에게 일을 시킨다는 말이다. 也는 종결사가 아니라 앞의 말을 주제화시키는 어사이다. 器之는 각자의 기량에 맞는 일을 부과한다는 뜻이니, 之는 人을 가리킨다. 說之부터 器之까지는 군자 밑에서 일하기는 쉬우나 그를 기쁘게 하기는 어려운 이유를 말한 것이다.

상대방의 기량을 헤아려 적합한 일을 맡기는 것을 器使(기사)라고 한다. 이 말의 상대어는 무엇인가? 求備(구비)다. 한 사람에게 萬能(만능)이기를 요구하여 할 수 없는 일까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말한다. 지도자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바로 求備이며,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 바로 器使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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