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교과서 한국사왜곡…“세계最古인쇄물 둔황 금강경?"

  • 입력 2004년 2월 10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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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는 고구려부터 시작됐다, 임진왜란은 중국의 조선 후원 전쟁이다,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둔황에서 발견된 금강경이다….’

이는 중국 초중고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사 서술 부분이다. 중국의 한국사 왜곡이 발해사나 고구려사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고구려사 귀속 문제를 놓고 한중(韓中)간 역사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사편찬위원회가 현재 중국의 초중고교에서 사용 중인 역사 교과서를 분석한 보고서 ‘중국 교과서의 한국사 인식’을 최근 펴내 이 같은 사실들이 밝혀졌다.

중국의 역사 교과서는 한국사를 중국사 전개의 부수적인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보고서 작성자 중 한 사람인 송상헌 공주교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중화(中華)문화권으로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었으며, 중화가 아닌 외국의 침략을 받을 때는 중국이 도와줬다는 역사인식이 교과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역사 교과서에 주목하는 이유는 교과서의 정치적 함의 때문. 작성자인 박영철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 교과서는 후대의 역사의식을 형성하고 그것이 곧 직접적으로 현실의 정치관계에 작용하게 된다”며 “중국의 의도를 이해하려면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국의 검인정 교과서처럼 교육부가 발행하는 지침서에 따라 복수의 출판사가 정부 심사를 거쳐 교과서를 발행한다. 이 중 ‘인민교육출판사’에서 간행한 교과서가 채택률 60%로 가장 널리 사용된다.

▽한국사의 시작은 고구려?=인민교육출판사에서 나온 세계사 교과서인 ‘세계근대현대사’는 한국사를 다루면서 고조선을 전혀 다루지 않고 고구려부터 한국의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서술했다. 고대사에서 고조선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시작되기 전 제작되어서인지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은 하고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세계역사’는 한국이 외국과 치른 역대 전쟁에 대해 중국이 영원한 한중 우의를 위해 한국을 지원했다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은 ‘조선 후원’ 전쟁, 6·25전쟁은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등으로 표현한다. 또 전쟁 때마다 조선의 요청에 따라 중국이 막대한 희생을 무릅쓰고 우방인 조선을 위해 군대를 파견해 원조해 줬다고 서술하고 있다.

▽현존 최고(最古)의 인쇄물은 금강경?=인민교육출판사에서 출간한 교과서는 둔황에서 발견된 868년의 금강경을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인쇄물로 소개했다. 이는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돼 751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 확실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의 존재를 무시하는 내용이다.

상하이교육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서는 다라니경의 존재를 언급하면서도 ‘1966년 남조선에서, 당나라에서 인쇄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됐다’며 중국에서 인쇄된 것이라고 단정해 서술하고 있다.

▽시모노세키조약 제1조의 의도적 생략=중국과 일본은 1894년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청일전쟁을 벌인 뒤 1895년 전후 처리를 위해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강화조약을 맺는다. 시모노세키조약의 제1조는 ‘청국은 조선국이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인정한다’이다.

그러나 중국의 모든 교과서에서는 이 조약의 제1조가 생략돼 있다. 전인영 이화여대 사회생활과 교수는 “제1조는 조선과 청나라간에 수백년간 유지돼온 관계를 폐기하는 결정적 상징이었다”며 “이를 부정하고 싶어 고의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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